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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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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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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 붕괴현장은 사고순간부터 이틀밤까지 지옥을 방불케 하는 악몽이었다. 평소 서울 강남에서도 잘 사는 부자동네로 통했던 인근일대의 아파트지역은 어처구니없게도 순식간에 삶과 죽음이 뒤엉킨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가족들의 생사를 몰라 발을 구르는 인근 주민들과 백화점직원 가족들, 먼지와 가스매연, 그리고 사람들의 살갗을 에이게 하고 숨쉬기조차 어렵게 했던 석면·암면 먼지는 눈조차 뜰 수 없게 했던 것이다. ◆문제의 백화점 및 같은 이름의 아파트가 들어서기 훨씬 전부터 살았던 인근의 그만그만한 중산층 아파트주민들은 아파트동마다 사상자가 줄이은 가장 큰 피해자들이면서 또 가장 헌신적 자원봉사자들이기도 했다. 백화점 코앞의 두 S아파트주민들은 2차붕괴와 가스대폭발 위험으로 밤새 짐을 싸들고 대피소동을 펴느라 전쟁터의 피란민 행렬을 방불케 했었다. ◆하지만 그들 인근 주민들이 없었다면 초동구조자체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우르릉」하는 우뢰소리와 함께 어처구니없는 붕괴현장을 직접 목격하거나 붕괴충격을 몸소 겪은 주민들은 모두 현장으로 달려가 함께 피투성이가 된채 퉁겨져 나온 사상자를 병원으로 나르는 일에서부터 뒤늦게 시작된 구조작업에 필요한 온갖 장비와 비품 및 헌혈마저 도맡았다. ◆당국의 구조가 본격화하면서부터는 밤새워 아파트관리사무소로부터 세대별 스피커로 전달되는 음식물과 식수제공등의 온갖 요청에 따르고 현장을 지키느라 밤을 지새웠던 것이다. 날이 밝으면서 아파트동마다 잃어버린 피붙이로 곡소리가 진동하기도 했다. ◆모두 눈이 충혈된 주민들마다 과연 이런게 남들이 말하는 서울의 부자동네와 그에 이웃한 지역시민의 삶이고, 세계로 도약하고 있다는 나라 국민의 현실이냐며 탄식했다. 1995년 6월29일과 30일의 붕괴현장은 이들뿐 아니라 국민 모두의 처절한 지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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