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통곡소리… 부상자 비명소리…/“내아들 찾아달라” 실신/의사 등 직원들도 헌혈 줄이어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사상자들이 옮겨진 병원은 이틀째 통곡과 비명으로 아수라장을 이뤘다. 병원마다 응급실, 중환자실 복도와 바닥의 간이침대등에서 고통을 호소하며 울부짖는 부상자와 가족들, 그 사이를 땀범벅이 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뒤엉켜 야전병원을 방불케 했다.
○…13명의 사망자가 안치된 강남성모병원 영안실은 30일 내내 날벼락같은 참변소식을 전해듣고 달려온 유족들의 통곡소리와 실종자의 신원확인을 위해 뛰어다니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아수라장을 이뤘다.
1층 화장품판매업체 (주)샤넬코리아의 직원인 송은정(29·여)씨의 빈소에는 유족들도 없이 동료직원 10여명만 자리를 지켰다. 동료직원 최혜경(25·의정부시 호원동)씨는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느냐』며 말을 잇지 못했다.
아르바이트직원으로 근무하다 사고를 당한 최은희(25·여)씨의 빈소엔 여름휴가를 같이 가기로 했던 친구 3명이 찾아와 『이렇게 가버리면 어떻게 하느냐』며 한없이 흐느꼈고 억장이 무너진 유족들은 자리를 뜨고 말았다.
○병원바닥까지 환자로
○…수많은 부상자들이 긴급 후송된 서울시내 50여곳의 병원은 대부분 부상자들을 미처 수용하지 못해 병원바닥까지 환자들로 들어찼다. 북새통속에 일부 가족들은 손이 달려 경황이 없는 의사와 간호사들을 붙들고 『왜 치료를 안해 주느냐』고 항의하며 몸싸움을 벌이는등 곳곳에서 험악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방배동 오산당 병원에는 30일 새벽 숨진 삼풍백화점 직원 정명종(35)씨의 가족들이 달려와 통곡을 터뜨렸다. 정씨의 어머니 이정순씨는 『내 아들을 살려내라』고 울부짖다 정신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7세 아들 찾아달라”
○…강남성모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송영숙(26·여·서울 서대문구 북가좌동)씨는 사고현장에서 잃어버린 아들(7)을 찾아달라고 절규, 주위를 아타깝게 했다. 송씨는 이날 3층 선물코너에서 쇼핑을 끝내고 지하2층 비상구로 내려가던중 무너지는 콘크리트더미를 피해 딸 성아(4)양은 끌어 안았으나 아들은 미처 피신시키지 못한 채 실신상태에서 구조됐다.
○자원봉사자 곳곳 배치
○…강남성모병원에는 사상자들을 위한 온정과 지원의 손길이 잇달았다.
한국통신에서는 응급실과 영안실입구에 10여대의 비상전화를 설치했고 한국이동통신은 사고현장에 이동고객센터를 설치하고 긴급 통신지원망을 구성한데 이어 이날 강남성모병원에 사망자 유족들과 부상자 가족들을 위해 이동공중전화와 휴대폰 15대를 공급해 지원에 나섰다.또 가톨릭 중앙의료원 원목실소속 자원봉사자 20여명이 영안실, 응급실, 주차장에 배치돼 유족들을 안내했다.
한편 병원입구에 배치된 대한적십자사 헌혈차량 3대에는 강남 일대 사무실 직원들과 학생들이 몰려와 1백여씩 헌혈 대열을 형성했다. 중3때 친구가 사고로 실종됐다는 박재연(17·반포고2)양은 『TV에서 친구의 이름이 나왔지만 아직도 믿어지지 않는다』며 말끝을 흐렸다.
○…사고후 방송을 통해 부상자 치료를 위한 혈액이 부족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 병원에는 시민들의 헌혈행렬이 이어졌다.
도곡동 영동세브란스병원에는 잇따라 도착하는 응급차를 보고 인근 주민들이 헌혈을 하기 위해 속속 병원을 찾았다. 주민들은 하오 8시께부터 2시간여동안 병원을 찾아 헌혈에 참여했으며 의사와 간호사등 병원직원 30여명도 헌혈행렬에 동참했다.
또 하오 8시30분께에는 서울비행장 소속 공군장병 1백여명이 2대의 버스에 나눠타고 병원에 도착, 헌혈에 나섰다.
○딸시신 확인후 졸도
○…30여명의 사상자가 옮겨진 삼성의료원에서는 밤샘 구조작업끝에 간신히 구조된 김용철(40)씨등 부상자 3명이 끝내 목숨을 거두자 가족들이 몸부림치며 통곡했다.
애타게 딸을 찾아헤매던 한 어머니는 삼풍백화점 여직원유니폼을 입은, 신원이 밝혀지지 않았던 20대초반의 여자가 자신의 딸인 것을 확인한 순간 졸도하고 말았다. 이 와중에서도 사고를 당했던 이희열(여·40)씨등 13명의 부상자들이 간단한 진단과 치료를 받고 귀가, 가족이 사망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유가족들과 희비가 교차하기도 했다.
삼풍백화점 3층 신사복코너에 파견근무하다 사망한 신사복회사 I사 직원 정미란(여·33)씨 빈소에는 남동생 용택(26·방위병)씨가 『평소 직장일에 집안살림을 꾸리며 동생 뒷바라지까지 하느라 고생만 하던 누님이 무슨 죄가 있기에 변을 당해야 하느냐』며 흐느꼈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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