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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기자 지하현장 취재(삼풍백화점 붕괴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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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기자 지하현장 취재(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입력
199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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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려달라” 신음에도 속수무책/무너진 천장틈새로 “힘내라” 위로뿐/“다시 붕괴위험” 무전에 수차 긴급대피/철근더미속 모자함께 엉켜 숨져 있기도기자는 피해가 가장 심한 붕괴현장의 지하3개층을 30일 상오에 3차례 들어갔다. 무너져내린 A동쪽으로의 접근은 아예 불가능했고 B동과 A동을 잇는 지하3개층을 구조대원과 함께 계단과 주차장진입로를 이용해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지하에 있는 동안에 곳곳에서 시멘트더미와 타일등이 떨어졌고 무전은 수시로 붕괴위험이 있으니 대피하라고 긴박한 소리를 내 도망치듯이 밖으로 나오는 등 3차례나 들락거려야만 했다. 삶과 죽음이 종이한장 차이로 갈리는 현장은 참혹하다 못해 처절했다.

『여기, 여기…요…, 살려…』

구조반원의 옷깃을 잡고 조심스럽게 계단을 내려가자 지하2층에서 콘크리트와 철근 더미속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구조대원의 손놀림이 빨라졌다.『조금만 참아요. 살 수 있어요. 힘내요』

방독면을 쓰고도 호흡이 가쁘다는 소방대원은 신음소리가 들린 곳을 향해 목이 터져라 외쳤다. 그러나 무너져내린 시멘트더미와 철근이 뒤엉켜 살려달라는 사람에게 쉽게 접근할수가 없었다. 할 수 있는 것은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에게 살수있다는 용기를 주는것 정도가 고작이다. 생과 사가 교차하는 현장이다. 애타게 구조를 바라는 부상자나 구조를 하지못해 안타까워하는 구조대나 제정신을 잃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구조대원들이 들고 있는 손전등 불빛만이 칠흙같은 어둠을 겨우 밝혀주고 있었다.

구조대원들은 신음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접근하기 위해 콘크리트 더미를 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A동과 B동을 연결하는 중간 유리 구조물을 받치고 있는 H빔이 약해져 붕괴될지 모르니 대피하라는 무전연락이 왔다. 구조대원들은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죽음을 방조한게 아닌가 하는 죄의식에 가까운 무거운 생각과 부상자들의 신음소리가 구조대원들의 어깨를 누르며 자꾸만 발목을 잡았으나 도리가 없었다.

두번째 들어갔을때 주차장인 지하3층에는 작은 파편 하나만 떨어져도 「우르르」하는 굉음이 되어 울려 퍼졌다.

로비로 통하는 엘리베이터 통로지역에서는 무너진 천장 틈새로 희생자들의 처참한 모습이 보였다. 무너진 지하 2층의 천장쪽에 남녀 한쌍이 각각 머리와 다리만 보인채 끼여 숨져 있고, 지하 1층 엘리베이터 통로 철근사이에는 어머니가 어린 자식을 안기 위해 손을 뻗친채 함께 끼여 숨져있다. 화산재에 묻혀버린 고대 로마의 도시 폼페이를 보는 느낌이다. 생지옥이 바로 이런 곳을 말하지 않나 싶었다.

시금치 김 생선이 담긴 비닐봉투가 눈에 띄었다. 직장에서 돌아올 남편을 위해, 공부에 지친 아이들을 위해 주부들이 마련한 찬거리였다. 학생들 것으로 보이는 배낭형 책가방도 보였다. 학교를 마치고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지하 스낵코너를 찾아왔다가 변을 당했을 지도 모른다. 콘크리트와 철근더미에는 선명한 핏자국이 보인다.

기계실이 있는 지하4층은 평소에도 사람이 거의 없던 곳이다. 더욱이 붕괴사고 발생후 불을 끄기위해 뿌린 물이 1가량 차있어 사람이 있다해도 생존가능성은 없다. 1백여명의 구조대원들은 단 1명의 생존자라도 구해내기 위해 터널을 뚫어가며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과연 생존자가 있을 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다.

지하에 내려가기전에 1층 엘리베이터 위쪽 건물 잔해틈에 매달려 숨진 남자의 다리를 보았다. 구조반은 콘크리트 절단기와 해머등으로 두께 15㎝의 벽을 부숴 시신을 꺼내기 시작했다. 해머를 사용해 건물을 부술 경우 건물 전체가 붕괴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하기전에 구조대원들간에 격론이 벌어졌다.

끼여있는 다리를 절단, 시신을 꺼내자는 주장과 해머를 사용하자는 의견이 맞섰다. 구조반과 함께 현장에 투입된 의료진은 절단을 반대했다. 결국 구조대원들은 해머를 조심스럽게 사용해 가며 시신을 꺼냈다.

이같은 아비규환속에서 그나마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이날 상오 8시께 한사람이 구조된 것이다. 지하계단을 내려가는 구조대원들 앞에 「투두둑」하고 몇 조각 파편이 날아왔다. 손전등 불빛이 재빨리 파편이 날아온 쪽을 비췄다. 아이스크림 판매코너에 근무하는 이행주(25)씨가 육중한 철골 구조물에 끼여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유압식 절단기, 전기톱, 산소용접기가 급히 공수됐다. 1시간여동안의 작업끝에 이씨는 구조됐다. 사고발생 14시간만의 일이었다. 이씨는 『젖은 스펀지를 짜 목을 축이며 버텼다』고 울음을 터뜨렸다. 죽음의 공포앞에 얼마나 떨었는지 눈물없는 마른 울음이었다.

처참한 A동 지하 3층 지역을 빠져나와 B동 지하로 향했다. 지하 슈퍼마켓에는 사과 배등 과일류가 그대로 쌓여있을 정도로 깨끗했다. 지하 2∼3층 주차장에는 볼보 벤츠등 고급 승용차들이 흠집 하나 없이 깨끗하게 남아 있었다. 하지만 건물 외벽 곳곳에 심한 금이 가있고 천장에 있던 각종 배관들이 흉측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래도 이곳은 붕괴의 위험은 도사리고 있지만 그나마 처참하게 파괴된 A동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살려달라는 비명을 듣고도 제대로 손도 쓰지 못할 때는 차라리 내가 죽고 싶은 심정입니다』 젊은 구조대원의 처절한 절규가 「죽음의 공간」 지하 3층에서 소용돌이 치고 있었다.<염영남 기자>

◎「붕괴순간 사진」 본보제보 김진곤씨 목격담/“땅속 빨려들듯 5초만에 폭삭”/법원 14층 사무실 퇴근준비중 “쿠쿵”… 연기/“사고다” 순간 카메라꺼내 정신없이 눌러/곳곳 피범벅 시민들 보여… 긴급구조요청

삼풍백화점이 성냥갑처럼 무너져 내리는 현장을 생생하게 필름에 담아 한국일보사에 제보한 서울고법 총무과 직원 김진곤(38)씨는 30일 『1천명이상의 사람이 안에 있는 가운데 강남의 유명백화점이 남산의 외인아파트가 폭발물에 의해 붕괴되듯이 순식간에 주저앉았다』고 허탈한 표정으로 사고당시를 회상했다.

29일 하오5시55분께 서울 서초동 법원청사 14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일과를 마치고 평소처럼 퇴근준비를 하던 김씨는 문득 「쿠궁」하는 희미한 소리에 무심코 창문밖을 내다 보았다. 자동차 접촉사고려니 했던 김씨의 눈에는 뜻밖에도 맞은편 삼풍백화점 건물에서 희부연 연기가 솟아 오르는 것이 들어왔다.

순간 「사고다」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고 김씨는 번개처럼 책상서랍에 있던 카메라를 꺼내 정신없이 셔터를 눌렀다. 이날 상오에 열렸던 「5급공무원 표창 행사」를 촬영하기 위해 준비해 온 캐논카메라였다.

5초쯤 지났을때 건물 전체가 마치 지하에 빨려 들어가듯 주저 앉아버렸다.

기둥만 남은 채 깊이 20여 이상의 지하까지 폭삭 무너져 내린 건물잔해와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근등이 렌즈에 들어왔다. 마치 폭격을 맞은 현장처럼 곳곳에서 피를 흘리며 뛰쳐나오는 시민들과 먼지구름에 뒤덮인 백화점안으로 급히 뛰어들어가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였다. 백화점 건물이 먼지에 뒤덮여 더 이상 보이지 않자 김씨는 각 언론사에 백화점 붕괴소식을 알리며 긴급구조를 요청했다.

김씨는 『사진을 찍으면서 처음엔 선거철을 틈타 사회불순분자등이 폭발물을 터트려 사고가 난 줄 알았다』며 『나중에 자체 부실시공으로 인한 인재인줄 알고 허탈감에 빠졌다』고 말했다.

김씨는 『새 서울시장 취임을 계기로 근시안적 행정에서 벗어나 사회전반 곳곳을 철저히 재점검하는 확인행정을 펴야 할 것』이라고 사고예방을 위한 주문을 잊지 않았다.

법원 근무 7년째인 김씨는 지난 80년 군대시절 사진관련 잡지를 탐독하며 사진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아마추어 사진작가. 법원내의 「사진동우회 모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있다.<박정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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