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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사고원인(삼풍백화점 붕괴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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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사고원인(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입력
199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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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도 관리도 “죽음의 부실”/“설마 붕괴까지” 불감증에 엄청난 비극/특별점검 “이상무”… 공무원 묵인 의혹도/기둥 콘크리트 만지면 부서져/“돈 더 벌자” 지하층 변칙 증개축사고의 주원인은 부실시공으로 결론이 모아지고 있다. 검·경의 수사결과 이번 사고도 「부실시공­변칙증개축­사후관리소홀」로 이어지는 총체적 부실에서 비롯된 인재였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사고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수사는 ▲설계 감리 시공상의 문제점 ▲삼풍백화점측의 건물유지관리 책임 ▲관계 관청의 감독소홀 여부등 3갈래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다.

검·경조사결과 삼풍건설산업은 당초 계약금 3백억원에 골조공사 설비공사를 우성건설등에 맡겼고, 내장공사는 직접 맡기로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올해 도급한도액이 96억원에 불과한 중소업체가 어떻게 이와 같은 대형 건축공사를 맡을 수 있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검·경은 삼풍이 우성건설에 골조공사를 맡겼다가 중간에 공사권을 넘겨받아 5층 골조공사부터 맡은 것도 「공사도급한도액」규정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었을 것으로 보고 경위를 추궁하고 있다.

삼풍백화점은 대형건물중 구조가 가장 튼튼한 라멘(RAHMEN)구조로 돼 있다.부실시공 외에는 도저히 이처럼 믿기지 않는 사고가 일어날 수 없다고 건축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현장에 구조작업을 나온 건설회사 직원들이 무너진 건물에서 『철근이 부족한 것같다』고 입을 모을 만큼 외벽이 「텅빈 강정」이었고 주기둥의 콘크리트가 손으로 비벼도 부서질 정도로 강도가 약했다. 결국 시공과정에서 공사비절감을 위해 자재를 충분히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철근등 기초자재를 적게 쓰면 철근비용은 물론 인건비까지 줄일 수 있어 공사비 절감의 묘책으로 쓰이는 자재 빼돌리기를 한 것이다.

검·경은 그러나 건물이 두부자르듯 두동강이가 난 것은 기본적인 설계결함이나 기초공사 부실등이 더 큰 원인이었던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다만 이를 판별하는데는 다소 시일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측의 인명을 볼모로 한 상혼과 안전무감각증은 더욱 충격적이다. 수사본부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백화점 간부들은 한결같이 『사고 당일 아침 이상을 보고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백화점 직원들의 말은 다르다. 최소한 2∼3일전부터 균열과 진동등 이상조짐이 있었는데 몰랐을리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사고당일인 29일 상오 10시에 백화점간부가 보고를 받고 5층의 침하를 발견, 상부에 보고했지만 백화점측은 영업을 강행했다. 이준 회장등 백화점 간부들은 하오 4시에 가진 대책회의에서 구조기술사의 영업중지요청을 묵살했고 사고 5분전에야 대피방송을 내보낸 사실도 조사결과 드러났다.

이밖에 ▲준공검사 8개월전인 89년 11월 전체시설의 40%정도만 공사가 끝난 상태에서 구청의 가사용승인을 받아 서둘러 개업했고 ▲지난해 10월 지하확장공사를 벌이는등 수시로 개축공사를 한 점도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지적이다. 준공검사는 물론 엄격한 관리감독이 이루어졌으면 불과 5년만에 건물이 붕괴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 공무원의 묵인·방조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과 5월 서울시의 지시로 구청에서 실시한 정기점검과 특별안전점검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은 것도 석연치 않다. 검·경도 이 점에 주목,관련기관의 관리감독소홀여부에 대한 수사를 병행하고 있다.<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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