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구난체계도 부실(사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구난체계도 부실(사설)

입력
1995.07.01 00:00
0 0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원시적인 인재가 겹쳐 빚어진 최악의 사고였다. 저녁나절 쇼핑시간대에 5층 규모의 백화점건물이 삽시간에 붕괴, 1천여명이 매몰돼 사상하는 전무후무할 참사를 빚어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어디 그뿐이던가. 최악의 참변에 대응, 매몰된 사상자를 구출하는 정부의 긴급 구난구조체계마저 원시적인 인재만큼이나 원시적이어서 귀중한 인명피해를 늘어나게 했다.

워낙 엄청난 참변이어서 구조작업이 결코 쉬울 수만은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이날 초동구조작업 모습은 날로 대형화하는 사고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구난체계가 주먹구구식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노출하고 말았다.

초동구조작업에서 드러난 허점들은 구난지휘체계 미비와 구난장비부족 등 가장 기본적인 것들이라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었다. 건물붕괴사고때 생존자구출을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용접기·절단기·유압기 등 기본장비는 물론 장갑·랜턴·부상자수송용 들것·마스크등 최소한의 장비마저 턱없이 부족해 TV방송을 통해 시민들의 도움을 호소할 정도였다.

구난지휘체계 또한 엉망이었다. 붕괴현장과 인접한 간선도로가 민간차량들로 꽉 막혀 구조차량의 접근을 방해했고 구출된 부상자수송마저 늦어질 정도였다. 한마디로 긴급구난구조체계가 영점상태여서 초동구조에 실패한 것이다.

이는 지난해 거듭된 성수대교 붕괴사고·아현동 도시가스 폭발사고와 지난 4월 대구지하철공사장 도시가스폭발 참사 등 대형참사발생후 정부가 신설하겠다고 발표한 중앙사고대책본부와 구난관리법제정 및 구난본부 설치가 민심수습용 말장난에 그쳤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또 119·112·129 등 재난신고체제가 다원화해 있어 정부의 재난구조체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필요성을 드러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내무부와 서울시는 재난관리법 제정만을 기다리며 불시의 재난에 대비할 준비를 했다는 흔적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백화점 붕괴사고 발생 3시간후 서울시내 각 병원영안실에 안치된 사망자가 20명이 넘었다는 TV보도가 나갔는데 내무부 소방국의 구난구조본부는 「10여명사망」이라는 엉터리집계나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참변의 초동구조작업에서는 정부의 기관들보다 민간인자원봉사자들의 구조활동이 훨씬 효율적이고 헌신적이었다. 거듭되는 재난에 대처하는 정부의 구난활동이 이정도라니 어떻게 국민이 정부를 믿을 수 있겠는가. 정부의 각성부터 더없이 시급하다고 촉구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