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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극 막을 수 있었던 「붕괴전 8시간」/재구성해 본 시간대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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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극 막을 수 있었던 「붕괴전 8시간」/재구성해 본 시간대별 상황

입력
1995.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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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30분­5층 식당천장 균열 발견/11시­사장 현장상황 직접 확인/12시­옥상 침하 “붕괴우려” 진단/14시­대책회의 긴급 보수만 결정/16시­두번째 회의 대피 건의 묵살/17시40분­회의중 “붕괴” 보고 중역 탈출비극의 8시간20분간이었다.

삼풍백화점 붕괴참사는 건물 자체의 부실시공등으로 처음부터 예정됐던 것이며 그 직접적 조짐도 이미 며칠전부터 나타나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사고당일, 백화점측이 인명에 대해 단 한번이라도 신중히 고려했더라도 이번 대참사는 피할 수 있었다. 29일 상오 9시30분부터 하오 5시50분까지의 8시간20분은 인간존중 정신보다는 상혼에 젖은 우리 사회가 만든, 영화보다 더 처절한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백화점 직원들은 26·27일께에 이미 백화점 평슬래브지붕이 조금씩 기울어져 있었다고 증언하고 있다. 건물이 흔들리는 현상도 나타났고 벽에 균열도 보이기 시작했다. 29일 출근직후에는 직원들간에 『A동 5층 식당가에 있는 한국식당 「춘원」천장이 20㎝가량 내려 앉았고 바닥도 가라앉아 경영진에 보고됐다』는 말이 파다하게 퍼지기 시작했다.

상오 9시30분 이 백화점 수질환경기사 최관훈(30)씨는 설비과 김모과장으로부터 「춘원」으로 오라는 무전연락을 받았다. 최씨가 본 「춘원」의 천장과 지붕은 심하게 뒤틀려 있었고 기둥에는 20㎝가량의 금이 가 있었다. 이 사실은 중역진에 보고됐다.

30여분후 이완수 건축과 차장은 이영길(52) 시설이사로부터 『5층에 이상이 있다』는 연락을 받고 함께 둘러본다. 냉면집 「미전」의 바닥에도 금이 가 있었다. 이한상(42) 사장과 이이사는 현장을 둘러본뒤 『조치해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돌아갔다. 하지만 4층에서도 진동소리와 함께 벽에 누수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일부 직원들은 집기를 내가기도 했다. 같은 시각 옥상에서 작업중이던 인부들은 가라앉은듯한 콘크리트지붕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1시간여가 지난 상오 11시께 이사장등 3명은 다시 5층에 올라가 바닥에 3∼4㎝씩 금이 간 사실을 확인했다. 이때부터 「미전」과 우동가게 「현지」의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5층 식당가의 영업이 일단 중지됐다. 백화점 직원들은 『건물에서 나가야 한다』고 귓속말을 주고 받았다. 이때 다른 매장에서도 장사를 중단하고 고객을 대피시켰더라면 시나리오는 아무런 비극없이 중단될 수 있었다.

낮 12시 이이사와 옥상을 점검한 백화점건물 설계감리회사인 우원건축 설계사무소장 임형제씨는 옥상의 침하현상을 확인하고 『붕괴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하중문제를 고려해 쿨링타워 가동을 중지하고 5층 식당가 입주업소의 가스공급도 차단했다.

하오 1시 다시 5층으로 내려온 이사장등 일행은 「춘원」의 금이 간 기둥밑 바닥을 뜯어보았다. 가로 60㎝ 세로 1백20㎝크기의 타일 3개를 뜯어내고 들여다본 바닥은 이미 금이 가 있는 철골구조물을 그대로 드러냈다. 외출중이던 이준(73) 회장에게 이 사실이 보고됐고 2시 중역들의 긴급대책회의가 소집됐다. 고객과 직원들에 대한 조치가 우선적으로 취해지지 않은 두번째 실기였다.

회의에서는 긴급보수공사만이 결정됐다. 하오 3시에 안전진단 전문가인 한 건축구조연구소장 이학수씨와 이이사, 임형제씨등 3명이 다시 옥상을 점검했다. 30분후 중역회의실로 『현장침하가 있었으나 현재는 중단된 상태』라는 보고가 내려왔다. 또 비슷한 시각 식당주인들의 반발로 중단됐던 가스공급이 재개되고 있었다.

4시 A동 3층 회의실에서 이날 참사의 피해를 조금이라고 줄일 수 있었던 마지막 기회였던 두번째 긴급안전대책회의가 열렸다. 이회장과 이사장등 백화점 간부 9명과 이학수, 임형제씨등 11명이 참석한 이 회의에서는 뒤늦게나마 고객과 직원들의 대피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지만 그 자리서 묵살됐다.

이학수씨는 『5층매장에 금이 가고 지붕이 처져 긴급 구조진단과 보수공사가 필요하며 고객과 직원들에 대해 출입을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묵살됐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임형제씨도 『우선 5층매장이라도 고객의 출입을 통제할 것을 주장했다』고 진술했다.

회의가 진행중이던 5시40분께 시설부장 이영철씨로부터 이영길 시설이사에게 『현재 붕괴가 진행중인 것같다』는 전화보고가 왔다. 마지막이었다. 이미 시나리오는 기 승 전을 거쳐 반전의 기회를 놓치고 파국으로 치닫고 있었다. 중역들은 보고를 받고 건물 밖으로 급히 대피했다.

같은 순간 수질환경기사 최씨는 지하 4층에 있다 갑자기 건물 위쪽에서 터져나오는 『쿠쿵』하는 굉음을 들었다. 직감적으로 『5층 옥상이 무너지고 있다』고 생각한 최씨는 죽을 힘을 다해 건물 밖으로 달려나왔다.

간신히 건물을 빠져나오자 뒤돌아본 백화점은 그 몇초간 먼지폭풍속에 완전히 무너지고 형체를 찾아볼 수 없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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