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28시간만의 생환 감격의 인간승리/홍성태씨 구조 온국민 환호성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28시간만의 생환 감격의 인간승리/홍성태씨 구조 온국민 환호성

입력
1995.07.01 00:00
0 0

칠흑속의 사투 28시간만의 극적인 생환이었다. 삼풍아파트 붕괴 2일째인 30일 하오 9시47분께 B동 지하1층 슈퍼마켓 부근에 매몰돼 있던 홍성태(39·대원외고 영어교사)씨가 쇠막대기를 두드리는 소리를 들은 구조대에 의해 구조됐다. 홍씨는 이날 가장 늦게 구조된 사람으로 그의 생환은 어둠과 빗속에서 혼신의 구조작업을 펼치던 구조대와 실종자 가족들에게 큰 보람과 용기를 불어 주었다. 생사를 몰라 병원을 헤매며 애태우던 가족들은 마치 죽은 아들이 다시 살아나온 듯 홍씨를 껴안았다.홍씨는 29일 하오 5시30분께 삼호가든아파트 4단지 옆동에 사는 어머니 서석귀(65)씨에게 드릴 빵을 사기위해 지하1층 식품코너를 찾았다 변을 당했다. 빵을 고르는 순간 갑자기 「꽝」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이 홍씨를 덮쳤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온몸이 콘크리트 더미에 눌려 손발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기억할 수도 없었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는 생각에 힘이 솟을 때마다 곁에 있던 쇠막대기를 주워 벽을 두드렸다.

다시 정신을 잃어갈 때 홍씨는 구조대가 중앙창을 뚫고 엘리베이터 아래로 내려오는 소리를 들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쇠막대기를 두드렸다.

구조대는 벽을 뚫고 내려갔지만 철제빔과 콘크리트더미가 앞을 가로 막아 더이상 내려 갈 수가 없었다. 구조대가 철제빔을 치우는 순간 다시 벽이 무너져 구출은 불가능해졌다. 구조대는 포기하지 않았다. 구조대가 쇠막대기 소리를 들은지 10시간 뒤인 하오 6시께 홍씨 밑에 깔려 있던 한 여자가 숨졌다. 절망감과 공포심이 홍씨를 엄습했다.

구조대는 결국 홍씨 곁까지 접근하는데 성공했으나 콘크리트 더미를 치울 수가 없어 홍씨의 다리를 절단할지를 놓고 고민했다. 그러나 다행히 하오 9시께 119 구조대가 재키를 이용해 콘크리트 더미를 들어 올려 홍씨를 구출할 수 있었다.

생과 사의 갈림길 28시간만의 극적인 생환이었고 종일 구조작업을 지켜본 전국민에게 보여준 감격적인 인간승리였다.<권혁범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