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산업모체… 사치품취급 단견96년 1월1일부터 미술품 거래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고 한다. 소득이 있으면 세금을 내야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예술품을 마치 사치품정도로 생각하는 일부 공무원의 문화에 대한 인식은 문화건설이라는 사명감속에 일생을 살아온 예술인들의 자존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다. 이처럼 무지한 행정에 대해 허탈감을 느끼면서 몇가지 지적하고자 한다.
예술문화가 산업발전의 모체라는 사실은 새삼 거론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예술품을 사치품으로 취급하면 나라의 문화발전과 산업발전을 동시에 크게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당국은 미술품양도세 부과의 부당성을 인식, 이 법의 폐지 내지는 시행유보 조치를 취해야 한다.
누가 보아도 투기가 분명한 주식거래는 투기아닌 산업에 대한 투자라고 강변하며 여유자금이 예술품이나 문화재 수집에 몰리게 되면 자금출처를 조사한다고 엄포를 놓아 예술품등의 구입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필자도 예술품이 투기의 대상이 되는 현상에 대해 혐오감을 느낀다. 그러나 예술애호가가 수집하는 문화재까지 세무당국이 감시한다면 심각한 문제로 세계화 정책에도 역행하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지난해 뉴욕소더비 경매에서 고려시대 접시 한점이 한국 골동품으로서는 역사상 최고가로 팔려 국민들이 한때나마 자부심을 가졌다.
우리 문화재의 값어치를 좌우하는 것은 오로지 국민에게 달려있다고 본다.
국내문화재 값이 국외보다 높으면 그것은 바로 문화재의 해외유출을 막는 기능을 하게되는 동시에 외국인들에게 우리 문화재의 가치를 재인식시키는 계기가 된다. 하지만 문화재유통이 감시를 받는다면 가치의 하락은 물론 해외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백번 양보하여 예술품이나 문화재 거래를 투기라고 보자. 그러나 문화재를 구입하는 일은 부동산 투기와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부동산 투기는 물가고를 초래하여 일반 서민생활에 피해를 주게 마련이다. 돈있는 사람이 그림 몇점을 샀다고해서 서민생활에 위협을 주지는 않는다.
보도에 의하면 2천만원 이상의 미술품에 적용될 양도세의 경우 고가품일수록 세율이 가산된다. 좋은 예술이 어떻게 태어나는 지를 전혀 모르는 문외한의 발상에 따른 것이다. 만일 이같은 양도세제도가 그대로 시행된다면 해방이후 반세기를 지나 이제 겨우 움트기 시작한 예술문화의 싹을 하루아침에 말려죽이는 부정적 결과를 낳게 된다고 확신한다.
세무당국자들이 잘 알겠지만 미술품양도세법안이 발표된 후 최근 2∼3년간 화랑은 물론 화가조차 제대로 그림을 팔 수 없었다. 거래가 중단된 것이다. 그런 고통을 겪으면서 미술인들은 정부의 빈곤한 문화정책을 원망하게 됐다. 당연히 미술가들의 창작의욕마저 없어지고 있다.
훌륭한 예술품은 세월이 흐르면 그대로 국가의 보배가 된다. 오늘날 우수한 예술품이 탄생될 수 있는 환경을 예술가들에게 만들어 주는 정부의 노력은 그야말로 문화국가를 위한 성스러운 투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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