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통합 역행 최악의 정치산물/두 김씨 대권욕서 비롯… 세대교체로 퇴장시켜야”타파론/“정권교체 실현위한 현실적 선택/여권 차별화정책의 소산… 선진국들도 거친 과정”불가피론6·27지방선거 결과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지역할거주의에 의한 여소야대구도가 확연히 드러났다는 점이다. 민자당은 부산 경남에서, 민주당은 호남권에서, 자민련은 충청권에서 각각 압승함으로써 신3김시대가 재현됐다. 지역할거주의 심화현상은 15대총선과 97년 대선까지 연계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과 세대교체분위기로 약화될 것이라는 「타파론」으로 엇갈리고 있으나 상당기간 후유증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자 입장◁
민자당은 지역분할구도를「타파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지역분할구도는 정치분열을 초래하고, 결국 국가발전의 결정적인 걸림돌이 된다는 주장이다.선거참패직후 민자당 당직자들의 언급이나 대변인단이 발표한 성명·논평등에 이런 시각이 잘 드러나 있다.
『정치지도자들이 개인의 정치목적을 위해 지역감정을 선동, 지역분할구도가 재현된데 부끄러움을 느낀다』(이춘구대표), 『지역대결구도가 심화하고 고착된 것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일』(박범진 대변인), 『우리의 지역갈등이 미국의 흑백갈등 보다 더 크다는 현실에 자괴감을 느낀다』(임정규 부대변인)등이 그렇다. 이런 논평들의 행간에는 지역분할구도에 대한 당혹감, 서운함이 깔려있고 나아가 선거결과 자체를 왜곡된 현상으로 평가절하하려는 의중도 배어있다.
민자당은 선거 초반에는 지역감정이 개입되지 않았다고 강변하고 있다. 또한 선거전이 정상적으로 전개됐다면, 지금처럼 지역할거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있다. 민자당은 결국 지역분할구도의 원인을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김종필 자민련총재로 지목하고 있다. 이들이 대권을 의식, 정치판과 선거판을 지역대결로 몰고갔다는 주장이다. 이런 맥락에서 민자당은 지역구도를 주도한 김대중이사장, 김종필총재의 퇴진론을 제기하고있다. 그러나 두김씨의 정치적 입지가 건재하기때문에 퇴진론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점을 민자당도 잘 알고있다. 그래서 민자당은 국민들의 신망을 받을 수 있는 차세대를 부각시켜 정치권의 세대교체를 이루자는 복안을 갖고있다.
민자당은 또 『정치는 국민을 통합하는 역할을 해야한다』고 전제, 지역분할구도는 최악의 정치산물이라는 논리를 펴고있다. 민자당은 『국민들도 스스로의 선택이 지역할거로 나타난데 놀랐을 것이다. 다음 총선에서는 지역주의를 견제하는 민심이 표출될 것으로 믿는다』고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민자당 일각에서는 지역분할구도를 현실로 받아들여야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선거결과가 지역구도로 나타난 것도 민심이기때문에 일단 이를 인정해야한다는 얘기이다. 그동안 정치권력이 지역간 연대, 연합등의 유연한 정치에 소홀했기 때문에 국민통합이 이루어지지않고 지역분할이 나타났다는 논리이나 소수론에 그치고있다.<이영성 기자>이영성>
▷야권 입장◁
민주당과 자민련등 야권은 두가지 관점에서 지역분할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나는 여권의 원인제공론이다. 정권의 토대가 된 특정지역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에 대한 역대정권의 차별화정책이 그동안 소외를 당해온 지역의 결속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치적 측면에서도 민주당과 자민련의 주요 기반인 호남이나 충청권등은 여권의 견제때문에 권력핵심부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사실상 막혀있었다는 주장이다.
민주당의 「호남포위론」은 이같은 주장의 대표적 예이다. 현정권은 지난 90년 3당합당을 통해 선거구도를 호남을 고립시키는 「호남 대 비호남구도」로 변질시킨뒤 지역감정을 교묘히 유발, 민주당의 집권가능성을 구조적으로 봉쇄했다는 얘기이다. 김대중아태재단이사장이 14대 대선에서 패배한 것도 근본적으로는 이같은 구조적 한계에 원인이 있다는 게 민주당의 시각이다.
때문에 이런 「질곡」을 타파하고 정권교체의 기회를 되찾기 위해서는 기존 구도를 깨야 하며 이를위한 첫 단계가 지역분할이라는 결론이다. 각 지역이 반민자의 기치아래 끼리끼리 뭉쳐야 한다는 김이사장의 등권주의도 여권의 이같은 구도를 흔들기위한 슬로건이었다. 결국 김이사장과 민주당은 여권이 자신들에게 사용했던 방법, 즉 지역감정을 배경으로한 특정지역 및 정당 고립화전략을 그대로 원용해 여권을 역으로 포위해가고 있는 형국이다.
지역분할 불가피론의 두번째 논거는 현실론이다. 『우리의 정당체제와 투표양태는 아직 특정인물 중심, 지역중심으로 흐르고 있으며 선진국도 이 단계를 거쳤다』는 김총재의 주장이 그것이다. 우리 정치수준에 따른 필연적인 현상이라는 얘기이다. 세대교체론에 대한 반론도 이런 관점에서 시작한다.
그러나 지역분할 자체가 지역감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야권도 이것이 「최선의 상황」은 아니라는데 동의한다. 다만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다소의 부작용은 있겠지만 반드시 거쳐야할 단계라고 강조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역감정의 「최대피해자」인 호남세력의 집권을 통한 국민화해를, 자민련은 내각제개헌과 지역간 연합에 따른 권력분점을 궁극적으로 지역감정 해소의 해법으로 각각 제시하고 있다.<유성식 기자>유성식>
◎후유증/특정지역 일당석권 견제기능 상실/지방행정 고유성 중앙에 예속 우려
6·27 지방선거결과 나타난 여야 3당의 지역할거및 「신 3김체제」는 각당의 입장과 관계없이 많은 후유증과 문제점을 낳을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우선 한 지역을 특정정당이 지배함으로써 지방행정과 정치의 상호 견제기능이 상실된 점을 들수 있다. 특히 호남과 서울, 충청권, 부산 등에서는 사실상 견제세력부재의 상황을 맞아 반대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통로마저 없어진 셈이다.
또 지방행정이 중앙정치에 예속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3김시대의 개막으로 여야간 힘겨루기는 심화될 것이고 이에따라 지방행정이 중앙정치에서 거리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호남, 충청권등 야당 인사가 당선된 지역에서는 중앙당 노선을 따르다보면 중앙정부와 크게 충돌할 수가 있다. 쌀 수입 개방 등 농수산물 문제가 현안으로 떠오를 경우 지방행정 마비등의 극단적인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다. 이같은 현상이 심화될 경우 총체적인 국정공동화 또는 국정 이원화현상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
또 지역할거주의의 심화는 지역내 소지역주의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않다. 소지역간에 개발과 환경보전등을 둘러싸고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NIMBY」현상이 확대될 소지가 있다.
지역할거체제가 장기화하면 결국 지방자치는 본질을 벗어나기 십상이다. 우선 지역감정 심화로 국론이 분열되면 국가 전체적 통합에는 큰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다. 학자들은 국가적 통합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당이 전국적 기반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김광덕 기자>김광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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