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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늑장구조… 그나마 맨손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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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늑장구조… 그나마 맨손출동

입력
1995.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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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괴 1시간 훨씬 지나서 중장비 도착또 구조가 늦었다.

대형사고때마다 지적되던 구조지연이 이번에도 재연됐다. 그동안 숱한 대형사고로 신속하고 종합적인 구조체계 확립의 필요성이 절실하게 제기돼 왔으나 늦은 출동에 그나마 효과적인 장비가 없어 구조요원과 시민들은 발을 구르며 속수무책으로 현장을 바라보아야 했다.

첫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한 것은 사고발생 20여분만인 하오 6시20분. 그러나 이때 도착한 소방서 요원과 경찰병력은 완전히 무너져 내린 건물 잔해를 헤치고 부상자를 끌어낼만한 아무런 장비를 갖고 있지 못했다. 소방본부의 긴급요청으로 그나마 인근의 민간중기업체로부터 지원받은 크레인 한대가 도착한것은 이미 사고발생 30분이 훨씬 지난뒤였다. 상공에서는 긴급출동한 헬기 한대가 현장주위를 맴돌았으나 구조되는 부상자가 없어 현장상황만을 지켜볼수 밖에 없었다.

사고현장을 지켜보던 시민들이 붕괴된 현장에 뛰어들어 안타깝게 건물잔해들을 끌어냈으나 역부족이었다.

본격적인 구조는 6시30분께 육군 수방사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도착하면서부터 시작됐으나 이들도 장비의 부족으로 부상자들을 구하는데는 한계가 있었다. 일부가 무너지지않은 건물벽 사이에 끼여있는 몇명의 시민들을 사다리를 놓고 올라가 끌어냈다.

하오 7시30분께나 돼서야 크레인등의 중장비 10여대가 현장에 도착, 건물잔해들을 들어내기 시작했고 지하주차장 입구를 막고있던 파손된 차량들을 끌어냈다. 그러나 철근콘크리트를 해체하는데 필요한 유압기등의 필수장비들은 태부족이어서 구조작업도 인력에 의존하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진행됐다.

밤이 깊어지면서 현장은 어둠속에 휩싸였으나 경찰조명차 4대만이 현장을 밝히는등 충분한 조명설비조차 마련되지 않아 곳곳의 사각지대에서 부상자들이 방치된채 신음했다. 구조대원과 시민들은 『장비를 보내달라』고 안타깝게 호소해댔다.

소방본부는 서울시 산하 소방서원외에 경기 성남, 안양, 부천, 과천, 광명등의 대원들까지 현장에 투입하고 구급차 1백여대를 포함, 단일 사고장비로는 최대인 1백76대를 투입했으나 대부분 부상자 수송장비일뿐 정작 부상자들을 구해낼 장비는 절대부족이었다.

시민들은 『도대체 사고때마다 구조체계를 확립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무엇이었느냐』며 분노를 터뜨렸다.

◎인근 삼풍아파트 「통곡의 바다」/가족 이웃 피해속출… 주민 모두대피 폐허처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로 지척의 삼풍아파트 주민들은 최대의 피해자가 됐다.날벼락보다 더한 사고로 삼풍아파트는 단지 전체가 하루아침에 초상집으로 돌변했다.

29일 사고순간을 최초로 목격한 사람들도, 밤새 피해자 구조에 발벗고 나선 사람들도 삼풍아파트 주민들이었지만 연이어 들려오는 가족과 이웃등 주민들 자신의 피해로 단지는 순식간에 통곡의 바다로 변했다.

삼풍아파트는 서울시내에서도 손꼽히는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고급 아파트단지. 삼풍건설이 발주해 현대·우성건설이 시공, 주민들이 첫 입주한 것은 88년 4월15일. 34평 50평 62평 64평등 중대형 24개동 모두 2천3백90호에 대부분 실소유자인 9천5백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대형단지다.

정확한 주민피해규모는 알려지지 않은채 사고소식을 듣고 아버지 어머니 아들과 딸을 찾아나선 주민들은 그 자리에서 비명을 터뜨리며 혼절하기도 했다. 막 퇴근한 가장들은 장바구니를 들고 저녁준비를 위해 백화점에 간 부인과 딸의 이름을 부르며 구조현장을 뒤지는 모습도 곳곳에서 목격됐다. 이날밤 늦게까지 현장주변을 애타게 찾던 한모(18·18동 거주)양은 『아버지가 5시께 집으로 전화해 귀가중이라고 하셨는데 11시까지 돌아오시지 않는다』며 만일의 경우를 생각한듯 울먹였다.

부상자들이 입원하고 있는 인근 병원 응급실을 뒤지다 피투성이가 된 가족들을 발견한 이들은 그나마 안도의 눈물을 터뜨리며 얼싸안기도 했다. 다행히 가족들의 피해가 없는 주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리면서도 삼삼오오 사고현장 인근에서 밤새 구조작업 진행을 젖은 눈으로 지켜보아야 했다.

붕괴당시 먼지폭풍을 뒤집어쓴 백화점 바로 뒤편 7동 주민들은 아파트건물의 붕괴가 우려됨에 따라 속속 대피했고 출입은 통제됐다. 이렇게 주민들이 빠져나간 아파트는 한밤에도 거의 불빛이 사라진채 폐허를 방불케 했다. 조금 떨어진 동의 주민들은 옥상으로 올라가 구조작업의 원활한 진행을 기원하는 한편으로 『도대제 우리사회의 안전지대는 어디냐』며 분노했다.

이모(30·여)씨는 『마치 남산 외인아파트 철거때처럼 백화점 한쪽 벽면이 와르르 무너지면서 아파트가 쿵 하고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고 사고순간을 말하며 몸서리쳤다.

이날밤 16, 19, 20동등 수백가구 주민들은 자발적으로 물과 음식을 준비해 군경 구급반과 소방대원들에게 제공하면서 애써 슬픔을 누르고 복구작업을 도왔다.<특별 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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