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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사고현장/폐허속 유혈·비명 “생지옥”(삼풍백화점 붕괴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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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한 사고현장/폐허속 유혈·비명 “생지옥”(삼풍백화점 붕괴참사)

입력
1995.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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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사이에 끼여 “살려달라”/폭격맞은듯 지반 20m나 꺼져/지하서 화재… 구조 중단되기도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삼풍백화점의 북측편 A관 5층건물이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린 사고 현장은 시커먼 먼지와 함께 건물잔해에 깔린 부상자들의 처절한 절규로 가득찼다.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진 고객과 백화점 종업원들은 아침 일찍부터 건물 붕괴의 조짐이 있었는데도 회사측이 영리에 눈이 멀어 영업을 강행하다 미증유의 참사를 빚었다고 분노했다.

콘크리트 골조 기둥 6개만 앙상하게 남긴채 그야말로 폭삭 무너져내린 사고현장은 엿가락처럼 휘어진 철근과 상수도관등이 무너진 건물 외벽으로 튀겨나와 참혹하고도 흉측한 모습 그대로였다.

피투성이 부상자를 실어가는 구급차 행렬, 다급한 소방차의 사이렌 소리, 하늘을 나는 구조 헬리콥터의 굉음, 사고 현장에의 접근을 통제하는 경찰의 안내방송등으로 사고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했다.

특히 사고 현장 주변에는 수백벌의 의류와 구두 핸드백 마네킹등 백화점 매장의 각종 진열품과 고객의 쇼핑백등 유류품이 어지러이 흩어져 사고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보여주었다.

○음파탐지기 긴급요청

○…군경구조대는 굴착기와 기중기, 절단기 등 장비를 이용해 지하층으로 인명구조대를 투입, 매몰된 사상자들에 대한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으나 지하 기계실의 화재로 인해 생긴 유독가스 때문에 방독면을 쓰지 않고는 작업이 불가능해 구조가 지연됐다. 게다가 무너진 A관 이외에 남아있는 B관을 지탱하고 있는 H빔이 시간이 지나면서 휘는 등 붕괴위험이 커 본격적인 구조작업이 이뤄지지 못해 하오 11시20분부터 1시간 가량 구조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또 30일 새벽 0시50분께에는 남측 B관과 수직으로 자리잡고 있는 삼풍아파트 13동의 외벽이 5도가량 기울어져 주민들을 긴급 대피시켰다.

대책본부는 생존자와 사상자의 위치를 탐색하는 음파탐지기를 하와이 주둔 미 육군에 긴급 요청, 30일중 공수될 예정이다.

○…산더미같은 콘크리트 더미 아래서는 부상자들이 내지르는 비명과 신음소리가 이어졌지만 소방대원과 119 구급대원의 구조활동은 쉽게 이뤄지지 못했다. 무너져내린 콘크리트 더미 속에서는 사고 직후부터 화재로 인한 연기가 계속 피어오르고 곳곳에서 가스냄새가 지독하게 나 한동안 구조대원의 접근조차 힘들었다. 붕괴직전 건물을 빠져나오다 무너져내린 건물더미에 깔린듯한 의식불명의 부상자를 눈앞에 두고도 콘크리트와 철근 구조물이 워낙 거대해 구조대원마저 가슴을 졸여야 했다.

군 구조대와 함께 사고현장의 지하 1층으로 내려갔던 강봉균(34·백병원의사)씨는 『모든 것이 다 널브러져 있다. 사람들이 콘크리트 사이에 끼여 절규하며 구조를 요청하고 있지만 절단기가 부족해 구조를 못하고 있다』고 사고현장의 처참한 광경을 전했다. 강씨는 『사망자의 구조는 엄두도 못내고 소리를 지르는 부상자부터 콘크리트를 잘라내고 한 명씩 구조하고 있으나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깔려있어 손을 쓸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붕괴된 삼풍백화점 A관 자리는 마치 폭격을 맞은듯 지하 3층까지 그대로 내려앉아 지반이 20 가량 꺼져있는 상태. 사고 직후 북측 A관에서 남측 B관으로 이어지는 지하 1층 식품부 주변에서는 특히 많은 부상자들이 몰려 구조를 요청했고, 완전히 날아가 버린 북측 A관 건물과 남측 B관 사이의 유리벽 건물 외벽에는 떨어져나간 A관의 콘크리트 철근 잔해에 부상자가 매달려 있다가 구조되기도 했다.

○칠흑어둠속 구조활동

○…무너지지 않은 남측 B관 건물도 사고후 내부의 구조물등이 상당히 내려앉아 있는 상태여서 구조대원들이 큰 위험을 안고 구조활동을 벌여야 했다. 구조대원들은 사고 직후 백화점 전체의 전기가 끊어져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백화점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구조활동을 벌였다.

○…가족과 함께 삼풍백화점에 쇼핑을 나왔다가 사고 직전 먼저 빠져나온 시민들은 구조활동이 진행되는 동안 백화점 앞 길에 주저앉아 울부짖으며 가족의 생사를 애타게 물었다. 또 하오 6시가 조금 넘어 사고소식이 TV방송을 통해 알려지자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전화가 폭주, 한때 서울로 올라오는 시외전화가 연결되지 않는등 적지 않은 통화불통사태도 빚어졌다.

○…지하1층 식품부 올리버베이커리 제과점직원 백민교(31·서초구 반포1동)씨는 『건물붕괴 순간 무너진 A동쪽에 나있는 입구에서 펑하는 소리와 함께 강풍이 불어닥쳐 제과점 밖에 있는 3명이 물건들과 함께 순식간에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며 『마치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고 당시를 묘사했다.

백씨는 『제과점이 무너진 A동과 B동경계에 위치해 1시간여동안 손님등 4명과 함께 갇혀있다 간신히 구조됐다』며 『무너진 옆 점포에서 3명이 살려달라고 부르짖는등 마치 지옥을 경험한 것 같다』고 말했다.<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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