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계서 「승부수」로 던질수도/민정계선 “구여전진배치” 주장지금 민자당은 혼돈에 빠져 있다.
지방선거 참패라는 참담한 현실 앞에서 무엇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패자에게는 선택할 방법도 별로 없다. 무리하게 타개를 시도할 경우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민자당은 침묵하며 일단 야당의「축제」가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집권여당이 마냥 손놓고만 있을 수는 없다. 소리없이 패인을 분석하면서 짧게는 하한정국, 길게는 15대총선정국을 겨냥하는 승부수를 암중모색하고 있다.
민자당의 고통은 이상과 현실의 격차에서 출발하고 있다. 민자당은 그동안 개혁정치, 선거혁명 등 정도를 걸어왔다고 자부해 왔다. 그러나 국민은 민자당의 편에 서지 않았다.
이는 세대교체론 보다는 야권의 지역등권론,「자존심론」이 국민정서에 맞아떨어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목에서 민자당은 『왜』라는 물음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다. 그 해답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고 나올 수도 없는 상황이다.
물론 중앙·지방의 관계설정, 야당 단체장과의 협조체제구축 등 단기적인 처방은 조만간 가시화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의 방향을 설정하는 문제는 상당한 기간이 지난 뒤에야 가시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민자당, 그중에서도 민주계 핵심세력들은 이상주의적 접근을 했던 것이 사실이다. 「시대적 소명은 개혁, 정치의 흐름은 세대교체」라는 전제아래 지역주의의 혁파, 정치개혁, 정치권의 물갈이를 추진했다. 선거참패 이후에도 여권의 핵심부는 여전히 이런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민자당의 한 핵심당직자는『우리가 잘못했다면, 오만함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본질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다시말해 표의 선택을 표면적으로는 수용하는 듯한 자세이나 내면적으로는 구정치세력의 교체, 3김구도의 종언 등 정치개혁을 당초 시나리오대로 밀고가겠다는 의지에는 변함이 없는 것같다.
그러나 민자당내에는 현실주의로 급선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생각은 주로 민정계 의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들은 선거참패의 원인을 광범위한 반민자정서에서 찾고 있다. 단순히 극심한 지역주의때문에 선거에서 진것이 아니라 민자당의 정치노선이 잘못돼서 참패했다는 논리이다.
민정계 의원들은 『유아독존의 정치행태로는 국민의 마음을 잡지 못한다』고 진단하며 여권세력의 연합, 소외된 민정계의 전진배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 민정계의원들은 또 『현 정권이 3당합당, 즉 지역연합을 통해 창출됐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여권핵심부에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여권 핵심부가 어떤 노선을 택할지는 확실치 않다. 전반적인 정황으로 보아 세대교체등의 노선을 그대로 밀고갈 공산이 크다.
민주계의 한 핵심인사는 이를「정공법」이라고 비유했다. 구여권인사를 부각시키는 방안은 미봉책에 불과할 뿐이고 민심을 끌어들이는데도 별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고 있다. 차라리 총선에 임박해서 참신한 인물들을 대거 영입하고 민자당의 간판(당명)을 바꿔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국민에게 심판을 받는 게 더 승산이 높다는 주장이다. 민자당은 이러한 노선 앞에서 어느 길을 선택할지 귀추가 주목된다.<이영성 기자>이영성>
◎민주 “승리좋지만 고민도 많다”/서울·호남서 「집권당」됐는데 행정경험 미숙/난맥상 보일땐 “내년 총선 위험” 불안감 고조
6·27선거에서 기대밖의 성과를 거둔 민주당이 승리의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새로운 고민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 선거로 사실상 지방행정의 제1당으로 부상했지만 그에 따른 책임 역시 무겁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4개 광역단체장과 84개 기초단체장을 장악하고 광역의원 3백52석을 차지, 서울과 호남등에서는 지방행정을 완전히 책임져야 하는 「지역집권당」이 됐다. 서울시에서는 시장과 구청장 및 시의회등 시정의 3개축을 거의 완전히 장악했다. 이제 서울에서 성수대교처럼 다리가 무너져도 모두 민주당의 책임이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민주당의 최대 고민은 지방행정을 이끌어 본 경험이 축적돼있지 않다는 것이다. 중앙당에 지방행정을 뒷받침할 정책기능이나 역량을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34년만에 실시되는 민선 자치행정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밖에 없는데 민주당은 여러곳에서 그런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된다.
내년 총선까지 야당 소속단체장이 이끄는 지역에서 심각한 행정의 난맥상이 나타날 경우 민주당은 심각한 곤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국민의 견제심리까지 겹치면 이번 지자제선거에서의 대승이 오히려 화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내에 『잘못하면 15대 총선에서 망한다』는 묘한 불안감이 고조되고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민주당이 29일 총재단회의에서 「새로운 책임」을 집중 강조한 것은 바로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민주당은 각 자치단체자당들이 자율적으로 행정을 이끌수 있도록 간섭을 최소화하고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인사문제에는일절 개입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그러나 중앙당이 각 자치단체에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는데 어려움이 있다. 일단 지방자치단체에 어려움이 발생하면 그 책임은 민주당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특히 단체장들이 이권문제에 말려드는 경우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대한 통제및 야당견제 차원에서 야당소속 단체장들에 대해 감시를 강화, 이권개입의 사례가 발견되면 가차없이 사법처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따라서 지방자치단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이권개입등의 말썽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당정협의개념 형식으로 당과 지방자치단체간의 협의모델을 강구중이나 아직 뚜렷한 방향을 마련치 못한 상황이다.
민주당은 또 독주체제를 구축한 서울시와 중앙정부와의 관계설정에도 난관이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있다. 전남북과 광주시에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번 지자제선거에서 민주당의 승리는 민주당에 집권능력의 검증이라는 무거운 숙제를 안겨준 셈이다.<이계성 기자>이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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