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인재… 인재…인재…/아직 수백명 매몰/백화점측 붕괴조짐 알고도 방치/사장 등 현장점검 「위험진단」 무시/“매상 가장많은 시간대” 통제안해이번에는 백화점이었다. 다리에 이어 무너진 것은 백화점 건물이었다. 그리고 이 사고 역시 예고돼 있었다. 사전에 조금만 주의하고 돈보다 시민의 안전을 생각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어처구니 없는 원시적 인재였다.
국민은 29일 밤 내내 경악과 분노 속에 구조의 현장을 지켜 보았다. 국민의 반응은 성수대교 붕괴때처럼 『어떻게 이럴 수가…』 단 한마디였다.
1천여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서울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의 첫 조짐은 지난해 11월에 이미 나타났었다. 지난해 11월17일 서초구청은 삼풍백화점을 위법건축물로 판정했다. 백화점측이 규정을 위반해 시설물을 확장했기 때문이다. 구조변경은 기둥이나 대들보등 건물의 구조변경에 영향을 끼치는데도 백화점은 이를 무시했다.
사고가 임박했다는 조짐은 사고 하루 전날인 28일 직원들에 의해 확연히 감지됐다. 백화점측은 29일 하오 비상대책회의를 가졌으나 백화점의 이미지와 매상고 감소를 우려해 아무런 대비책을 취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사고당일인 29일 사고는 이미 눈앞에 다가와 있었다. 상오 8시께부터 5층천장에 균열이 나타난 것이 확인됐다. 상오 9시 5분 같은 층 식당벽에 금이 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상오 9시20분께 백화점 시설과 직원 최관훈(30)씨는 5층 옥상기둥이 20㎝가량 가라앉아 있었고 바닥 타일에 균열이 심한 것을 발견했다.
백화점 사장과 시설국 이사등은 낮 12시께 이상조짐이 나타난 곳들을 둘러봤다. 백화점측은 하오에 시설전문가를 불러 현장점검을 했다. 전문가는 5층 식당 「춘원」의 바닥을 15㎝가량 뜯어내고 철근이 없는 것을 확인, 부실시공이며 위험한 상태라고 백화점측에 알린 것으로 검찰 수사결과 확인됐다. 백화점측은 이날 상하오에 이준 대표와 이한상 사장등 중역들이 참석한 가운데 두차례 대책회의를 했다. 그러나 전문가의 진단을 무시하고 『별 이상이 없다』며 영업을 계속키로 걸정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붕괴의 조짐은 더했다. 하오 1시께는 5층천장의 형광등 몇개가 떨어져 깨졌다. 하오 3시께는 지하식품부에서 연기가 치솟고 냉방장치의 가동이 갑자기 중단됐다.
그러나 백화점측은 눈을 감았다. 낮 12시께 경비원들을 동원, 잠시 4층진입을 통제했을 뿐 쇼핑객 전체를 대피시키지 않았고 하오에는 다시 손님들을 4층 이상에도 출입시켰다.
사고가 임박했던 때는 남편의 귀가를 기다리는 인근 삼풍아파트 주민등 2천여명 이상이 찬거리를 구하러 백화점에 몰리는 시간. 백화점측은 이를 잘 알고 있었다. 최고의 매상이 오르는 시간대인 것이다.
전국민의 분노와 경악을 부른 이날 백화점측이 한 일은 단 한가지였다. 사고5분전인 하오 5시45분 사이렌을 울리고 대피방송을 한 것 뿐이다. 그러나 대다수 손님들이 혼잡한 백화점을 미처 빠져나가기 직전, 건물은 폭격을 맞은 듯 5층부터 스르르 무너져 내리며 사람들을 덮쳤다.
◎검경 3백명매몰추정
한편 검·경은 백화점 직원들과 부상자등의 진술로 미뤄 3백여명이 매몰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검·경은 붕괴직전 근무중인 백화점 직원들의 진술을 종합할때 지하 식품부와 주차장등에 2백여명이 있었고 1층과 5층사이에 있다가 무너진 건물더미에서 적어도 1백여명이 깔려있을 것으로 추정,매몰된 사람은 3백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특별 취재반>특별>
◎균열부터 붕괴까지/시간대별 상황일지
건물 붕괴 조짐이 보인 28일 밤부터 건물이 완전 붕괴된 29일 하오 6시까지 상황을 시간대별로 구성한다.
▲28일 밤=백화점 직원들이 5층 식당가 천장부근에 균열이 가 있는 사실 발견.
▲29일 상오 8시30분=5층 식당가 한식당 「춘원」 천장이 20㎝가량 뒤틀린 채 내려앉고 바닥이 5∼10㎝ 가라앉은 것 발견.
▲상오 8시45분=백화점 시설부 직원들, 춘원식당 천장이 조금 내려앉고 바닥이 꺼진 사실 확인. 백화점 경영진에 보고.
▲상오 9시께=백화점내 직원들간에 5층 지붕이 무너지고 있다는 이야기 퍼짐.
▲상오 11시께=5층 식당가 우동집 「현지」 냉면집 「이전」 천장에서 물이 쏟아져 내리고 바닥이 꺼져 일반인 출입 통제.
▲하오 1시께=백화점측 보고 받고 식당을 칸막이로 막고 공사를 하도록 지시했으나 영업을 계속토록 함.
▲하오 1시30분께=백화점 직원들 5층 식당가 기둥 밑에도 금이 가있고 철골구조물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사실 확인.
▲하오 2시께=백화점 이준대표와 사장들 긴급대책회의.
▲하오 4시께=맨처음 바닥이 갈라진 「춘원」에서부터 붕괴 시작.
▲하오 5시45분께=4층 기둥부위와 천장부분이 순식간에 내려앉고 바닥이 크게 진동이 일어남. 손님 대피시작.
▲하오 6시께=건물 완전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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