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아이 어디에” 부상엄마 절규/유독가스 치솟아 질식 사망 속출/직원 “최근 건물 자주진동 불안”○…사고직후 구출돼 서초성모병원 303호실로 옮겨진 주부 송영숙(26)씨는 아들의 생사를 몰라 병원에서 울부짖었다. 송씨는 이날 딸 성아(4)양, 아들 성용(7)군과 함께 시어머니 생일선물을 사러 삼풍백화점에 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송씨는 하오 4시께부터 3층 선물코너에서 쇼핑을 시작했으나 5시50분께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아 너무 더워 밖으로 나가려고 지하2층 비상구쪽으로 걸어가던중 인접한 주차장에서 갑자기 강한 바람이 불더니 천장이 무너져내렸다고 말했다.
송씨는 콘크리트더미를 피해 공중전화박스 벽과 콘크리트기둥 사이에 생긴 공간으로 딸 성아양을 긴급히 끌어안았으나 아들은 미처 피신시키지 못한채 실신했다는것. 송씨는 딸이 울부짖는 소리에 정신을 차렸으며 뒤이어 출동한 119구조대원들에 의해 건물 잔해더미속에서 구출돼 병원으로 옮겨져 생명을 건졌으나 끝내 아들의 생사는 확인하지 못했다.
○…백화점 4층 상품의료부에 근무하는 김재선(31)씨는 『5년전부터 비오는 날이면 물 떨어지는 소리가 건물 외벽에서 들렸고 최근에는 건물이 흔들리는 진동을 느낄 정도로 불안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날도 환풍기를 켰다가 진동음이 평소보다 더욱 크게 들려 불안한 나머지 작동을 중단했다』면서 『이같은 현상이 수년간 지속됐는데도 회사측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하1층 식품판매부 직원 정승구(24)씨도 『상오 11시30분께 1층에서 평소보다 강한 진동음이 들리고 에어컨까지 가동되지 않아 불길한 예감이 들었는데 결국 무너졌다』고 말했다.
○…구조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의 부상자들이 매몰된 지하1층에서 연이어 화재가 나 유독가스에 질식돼 숨지는 사망자가 늘어나는 안타까운 순간이 계속됐다. 소방대원들이 연기가 치솟는 현장에 긴급히 물을 뿌려 유독가스 제거 작업에 나섰으나 뿜어져 나오는 가스를 막을 수 없어 안타까워했다.
○…현장구조반은 사고 이후 겹겹이 쌓인 철재와 건축자재 더미를 절단기로 자른 뒤 부상자를 구출해냈으나 절단기가 부족해 구조작업이 지연되자 TV 방송등을 통해 절단기를 지원해줄 것을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정부 “국민 볼 면목없다” 침통
○…청와대는 29일 하오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또 대형사고냐』며 그야말로 경악속에 침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청와대는 그렇지 않아도 지방선거결과가 좋지않아 내부적으로 「돌아선 민심」을 되잡기위해 고심하고 있던터에 대형사고가 터지자 허탈해하는 모습도 보였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성수대교붕괴사고에 이어 강남 한복판에서 백화점이 무너졌다는 것에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고 특히 김영삼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했던 대형사고가 다시 발생하자 『대통령과 국민에게 볼 면목이 없다』고 참담해했다.
○…이홍구 국무총리는 이날 하오 9시30분께 사고현장 인근에 있는 사법연수원 원장실에서 김용태 내무 이양호 국방 오명 건교 이성호 보건복지 박재윤 통산 정근모 과기처장관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관계장관회의를 열었다.
◎4대외신 긴급뉴스로 타전/친지안부 국제전화도 폭주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발생한 29일 AP 로이터 AFP UPI등 세계 4대통신사는 사고소식을 「긴급뉴스」로 전세계에 타전했다. 이와 함께 미CNN과 일NHK방송등도 사고현장을 담은 화면과 함께 일제히 세계 주요뉴스로 즉각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일본과 유럽지역등에 있는 교포들의 가족과 친지의 안부를 알아보기 위한 국제전화가 폭주했다.
세계 언론사중 가장 먼저 삼풍백화점 붕괴소식을 전한 로이터 통신사는 이날 하오 6시15분께 『서울의 주요백화점중 하나인 삼풍백화점이 붕괴됐다』는 1보기사를 서울발로 긴급보도했다. AP AFP등 유력 통신도 잇따라 사고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에 또다른 붕괴사고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한국은 지난해 10월 성수대교붕괴 및 12월 아현동가스폭발, 올 4월 대구지하철가스폭발사고에 이어 또다른 엄청난 재앙을 맞게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미CNN TV는 한국의 TV방송 화면을 받아 6시30분께부터 세계주요뉴스의 머리기사로 긴급보도하면서 구조현장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프랑스 파리에 거주하는 송모(40)씨는 이날 하오7시께 본사에 전화를 걸어와 『미CNN방송 뉴스를 통해 사고소식을 방금 전해들었다』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정말 부끄러워 낯을 들고다닐 수 없다』고 분개했다.<이상원 기자>이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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