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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종 낙선의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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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종 낙선의 변

입력
1995.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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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의·정당벽 못깨 아쉬움/결과승복·젊은층 등 성원 감사”패자는 말이 없는 법이다. 선거에서도 낙선자는 「유구무언」이다. 서울시장선거에서 낙선한 박찬종 후보도 말을 아꼈다. 그는 28일 새벽6시 여의도 선거사무소에서 패배를 확인한뒤 단 네마디만 남긴뒤 자리를 떴다.

『서울시민의 선택에 승복한다. 조순 후보의 당선을 축하한다. 끝까지 선전하신 정원식 후보께도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끝까지 저를 지지, 성원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비록 박후보는 네마디의 말로 심경을 피력하고 떠났지만 그의 뒷모습에는 할 말이 적지않이 남아있는듯 했다. 박후보가 자신을 도왔던 참모들, 자원봉사자들에게 『수고했다』며 말을 잇지못하는 장면에서도 그의 흉중에 가라앉아 있는 소회를 엿볼수 있다. 박후보 주변인사들도 『과거는 과거다』라고 말했다. 더이상 거론하기 괴롭다는 의미로 패자의 고통이 물씬 배어나고 있었다.

박후보가 침묵했지만 박후보의 젊은 선거참모들은 박후보를 대신해 심경의 일단을 토해냈다. 그들은 『우리에게는 조직도 지역도 돈도 없었다. 대신 우리에게는 시대의 흐름이, 새 세대의 지지가 있었다』고 높은 톤으로 말했다. 비록 졌지만 최선을 다했고, 현재는 패자이지만 미래에는 승자가 될수 있다는 다짐이기도 했다.

박후보도 사적으로는 낙선의 변을 상세히 밝혔다. 박후보는 새벽녘 개표방송을 보면서 『지역할거주의를 타파하고 새 서울을 창출하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나의 도전은 실패했다』고 아쉬움과 넋두리를 토해냈다. 그는 또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한국정치의 특수성을 실감했다. 그러나 선거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후보는 조용히 웃으며 『열성을 다해 지지해준 참모들과 자원봉사자들에게 황송할 따름이다. 아내에게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박후보의 말 마디마디와 침묵의 행간에는 승리를 목전에서 놓친 안타까움이 묻어나고 있었다.

또한 정당의 위력, 조직없는 아쉬움도 절절하게 느끼는듯 했다. 정가의 관객도 박후보의 선전에 아낌없이 박수를 쳤고 그의 석패에 동정을 피력했으나 아울러 신뢰와 덕성을 요구하기도 했다.<이영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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