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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시장의 책무(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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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시장의 책무(사설)

입력
1995.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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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 서울시장시대가 열렸다. 「서울포청천」 「경제시장」 「교통시장」등 큰 의지가 담긴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던 67세의 노경제학자가 1천74만 서울시민의 살림꾼으로, 또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민선시장으로 화려하게 등장했다.이번 지방선거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공천한 조순씨가 전국인구의 4분의 1을 차지하며 정치적 영향력이 지대한 서울시장자리를 차지했고, 서울의 25개 구중 23개 구청장 자리도 민주당후보들이 석권한 것은 현정부에 대한 유권자들의 평가라는 차원에서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서울의 선거결과가 앞으로 정치권의 구도에 미치는 정치적 영향과 의미 또한 엄청날 것이 틀림없다.

이같은 정치적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행정개혁의 기치를 앞세운 조순씨의 서울시장 등장은 서울시정의 향배와 공무원들의 행태에 크나 큰 변화를 가져올 것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를 둘러싸고 있는 정치적 환경이 그가 공약하고 공언한대로 서울시정을 펴도록 놓아둘지는 지금으로서는 미지수라고 할 수 있겠다. 그는 평생을 대학강단에 선 학자출신이다. 정치적 기반이라면 민주당이고 또 그를 서울시장후보로 공천한 배후에는 그 야당의 실세 오너가 따로 버티고 있다. 그가 역사에 기록될 만한 민선시장으로 성공하느냐의 여부는 당과 그 오너의 간섭에서 얼마나 독자성을 발휘해 가며 시민편에 서서 시정을 전개하느냐에 달렸다고 하겠다.

또 원칙주의자로서 『아니다』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 소신을 가졌다는 그가 현정부와의 관계에서 「협조와 견제」의 조화를 어느정도 이뤄 나가느냐가 성공적인 시정전개의 요체가 될 것이다. 23개 구청장을 석권, 조시장과 같은 입지인 구청장들이 주민자치 구정에 과연 충실할 수 있을까도 우려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조순 시장은 서울시민이 뽑은 직선시장이다. 그가 처한 정치적 립지를 생각하기에 앞서 시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생활행정에 주력하는 살림꾼 시장이 돼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1천만 시민의 살림을 꾸려 가는 서울시에는 미해결의 현안과 민원과 민원이 산적해 있다. 새 시장의 쾌도난마와 같은 현정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세계6위의 대도시로서 면모를 일신하고 문화가 숨쉬는 살기 좋은 도시로 서울이 다시 태어나도록 하는 일도 조시장이 해야 할 몫이다. 시민들은 더없는 영광과 막중한 책무를 짊어진 조시장을 이제부터 지켜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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