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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갈린 청와대·3당표정(6·27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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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비 갈린 청와대·3당표정(6·27의 선택)

입력
1995.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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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통령 “걱정마라” 비서관 격려/후유증 수습 당재결집 주력­민자당/「신여소야대」 정국설계 분주­민주당/“성원에 보답” 현수막 내걸어­자민련6·27 지방자치선거 결과가 완전히 드러난 28일 여야는 전혀 상반된 분위기속에 새로운 정국상황에 대비하느라 분주했다. 민자당은 패배의 충격속에서 흐트러진 전열재정비에 나섰고 민주당과 자민련은 축제분위기를 만끽하며 「신여소야대」정국 설계에 여념이 없었다.

○…청와대는 민자당의 패배로 무거운 분위기이지만 선거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면서 『지방자치는 중앙정치와 별개』라는 논리아래 애써 태연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선거결과는 좋지않았으나 이번 선거를 통해 관권·금권시비를 불식시킨 것은 평가할만한 대목』이라고 입을 모았다.

청와대측은 그러나 선거이후 집권여당의 위상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정국운영에 미칠 영향과 파문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김영삼 대통령은 침울해있는 참모들과는 달리 아무일 없었다는 표정으로 평소와 다름없는 집무태도를 보였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김대통령은 이날 새벽 조깅에서도 활기찬 모습이었고 전날밤에는 이춘구 대표등 민자당 당직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걱정하지마라. 당당하게 하면 된다』고 격려했다는 후문이다.

김대통령은 또 28일 상오 예정에 없던 수석비서관회의를 소집했으나 선거결과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이 34년만에 부활된 지방자치가 잘 정착되도록 하라는 당부만 있었다고 윤여준 대변인이 전했다.

김대통령은 회의장에 들어서며 수석비서관들이 말없이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보고는 오히려 가벼운 농담을 건네는등 여유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자당은 28일 선거대책기획위원회와 고위선거대책위원회를 잇따라 열고 4대 지방선거 참패에 따른 후유증 수습과 향후 대책을 논의, 당내 분위기를 정상화하는데 주력했다.

민자당은 특히 당내 혼란이 가중될 것을 우려, 선거패배의 원인과 책임문제에 대한 논의를 극히 자제하는 모습이었다.

이춘구 대표가 주재한 고위선거대책위원회 회의도 향후 대책을 강구하는데 초점을 둬 당의 재결집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박범진 대변인은 공식성명을 통해 『이번 선거로 나타난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는 당의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임정규 부대변인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지역감정과 세대교체문제를 해결하지않는한 한국정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됐다』며 선거결과의 책임보다는 선거과정에서의 문제를 부각, 논점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15대 시도지사선거결과에 이어 이날 상오까지 개표된 기초단체장과 광역의원선거결과 역시 극히 부진한 것으로 드러나 당내 분위기는 더욱 가라앉았고 『대세의 큰 흐름을 읽지못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김덕룡 사무총장등 고위 당직자들은 정상 출근, 당분위기 추스리기에 나섰으나 충격을 벗어나지 못한듯 굳은 표정이었다.

○…지방선거결과에 고무된 민주당은 이날 흥분이 채가시지 않은듯 여전히 축제분위기가 지속됐다.

밤을 꼬박 새우며 개표상황을 지켜봤던 당직자들은 이날 하루종일 서울시선거에서 시장은 물론 구청장 시의원까지 싹쓸이하다시피 휩쓴 것을 화제로 삼았다. 일부 당직자들은 『너무 많이 이겨 겁난다』『서울에서는 민주당 일당독재시비가 나올 판』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조순 서울시장당선자는 상오10시께 당사를 방문, 이기택 총재를 비롯한 당지도부에 감사인사를 했다.

이총재는 『고생하셨다』고 조후보를 반갑게 맞았으나 경기지사선거패배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듯 매우 의기소침한 표정이어서 잔치집인 당분위기와 대조를 이뤘다. 이총재는 개표당일밤에 이어 이날도 강창성 의원등 참모들과 만나 자신의 거취문제등을 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당관계자들은 이번 선거에 출마한 40여명의 중앙당직자출신 후보들이 2∼3명을 빼고는 대거 당선되자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사무처직원들은 『호남은 물론 서울도 민주당말뚝만 박으면 당선됐다』며 『서울과 호남에서는 2번을 뽑은 기초의원출마자들이 톡톡히 재미를 봤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박지원 대변인은 선거후 첫 성명에서도 『민자당이 우리당에 대해 지역당 운운하며 지역감정을 조장했지만 민자당은 지역당도 못되고 지역일부당이 됐다』며 비난공세를 계속했다.

○…자민련도 이날 온통 축제분위기였다. 자민련은 마포당사 건물에 「준엄한 선택 위대한 선택 국민여러분 감사합니다」란 문구가 적힌 대형현수막을 내걸었다. 또 당사 곳곳에는 각계인사들이 보내온 축하화분들이 진열돼 잔칫집 분위기를 실감케했다.

개표상황을 TV로 지켜보던 김종필 총재는 이날 새벽 자민련의 선전이 확실해지자 기자간담회를 갖고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따뜻한 성원을 보내준 국민에 보답하겠다』고 소감을 피력했다. 이어 청구동자택으로 귀가했던 김총재는 상오10시께 마포당사로 다시 나와 선거결과와 정국전망등을 화제로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총재는 자민련 선전의 요인으로 『창당한지 석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뭔가 기대할 수 있는 정당이란 것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김총재는 또 자민련이 지지를 선언한 민주당 조순 서울시장후보의 당선이 결정되자 축전과 난화분을 보내 축하했다.

안성열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선거결과는 현정권에 대한 국민의 냉엄한 심판』이라며 『국민이 안심하고 믿을 수 있는 정당으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이동국·김광덕·김동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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