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패보단 공명선거 정착에 의미” 외관상 태연/총선·대선대비 등돌린 민심 되돌리기에 역점6·27 지방자치선거결과에 대한 청와대의 첫 반응은 『지방자치는 어디까지나 지방자치일뿐』이라는 말이었다. 28일 청와대는 당정개편도, 정계개편도 없을 것이고 김영삼 대통령의 국정운영기조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치권력구조의 판도를 결정하는 총선에서 패배한 것도 아닌데 대통령중심제하에서 국정운영의 틀을 바꿀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다.
광역단체장의 3분의 2를 야권에 넘겨주고 기초단체장, 광역의원선거에서도 패퇴한 이상 무언가 처방책을 내놓아야할 것이라는 정치권 일각의 관측과는 달리 청와대는 국정쇄신책같은 것을 구상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청와대는 이번 선거를 승패의 개념으로 보고있지않을 뿐더러 나아가 여권의 위기국면이라는 시각에도 동의하지 않고 있다. 비록 오히려 여당이 조직과 돈이라는 기존의 프리미엄을 포기함으로써 공명선거가 정착하게 된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 의미를 찾고 있다.
이와관련, 김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5·16군사쿠데타로 중단됐던 지자제를 내임기중 34년만에 전면부활시킨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특히 여당이 통합선거법을 철저히 지킴으로써 선거혁명의 기틀을 마련한 것은 큰 보람』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청와대의 입장은 이번 선거의 주된 패인이 정부나 민자당의 잘못에 있다고 보지 않는것에 연유한다. 공천과정이나 선거운동에서 몇가지 지적할 사항은 있지만 야권이 지역감정을 볼모로 이번 선거의 본질을 왜곡시킨 것을 우선적 표적으로 꼽고 있는 것이다.
한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어떻게 보면 이번 선거는 「개혁대 지역감정」의 구도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민자당 광역단체장후보가운데 전직지사출신등 순수 행정가형은 대부분 낙선했지만 세대교체와 개혁적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나 대통령 측근인물은 지역감정의 바람속에서도 당선됐다』고 설명했다. 처음부터 개혁을 기치로 내걸고 선거에 임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가 태연한 표정만큼 속이 편한 것은 아니다. 김대통령도 좀처럼 내색은 하지 않지만 10개월 남은 15대 총선을 대비한 장고에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여권 핵심부가 고민하는 대목은 민자당에 등돌린 민심을 되돌리는 일과 아직도 나사빠진듯한 당조직을 가다듬는 일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아직도 여론조사를 해보면 50∼60%의 지지를 얻고 있는 김대통령에 비해 민자당지지도는 상당히 처지는 것이 이번 선거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며 『김대통령과 민자당을 어떻게 일체화하느냐가 큰 숙제』라고 말하고 있다. 이와함께 청와대는 선거운동과정에서 당조직이 거의 가동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정치개혁의 새로운 풍토속에 여당조직을 뿌리내릴 방안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하지만 김대통령이 무엇보다 숙고하고 있는 대목은 김대중 아태재단이사장과 김종필 자민련총재의 대권구도를 차단하는 것이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선거에서 두 김씨에 의해 지역감정에 불이 붙고 결국 지역할거의 결과가 빚어졌다는게 청와대의 생각인 만큼 장기적으로는 이에 대한 대처방안이 여권대응의 핵심이 될 것 같다.<신재민 기자>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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