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산실” 공부벌레 총집결/상오 7시30분 강의시작… 도서관은 항상 “만원”/게시판엔 대자보사라지고 영어반모집 등 공고문/공부환경은 열악… 대부분 아르바이트 학비조달베이징(북경)대학은 「중국의 자존심」이다. 흔히 베이다(북대)라고 부르는 이 대학은 말그대로 12억인구중 수재중의 수재만 뽑아 가르치는 중국 최고의 상아탑이다.
하이띠엔(해정)구에 자리잡은 베이다는 고풍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캠퍼스를 갖고 있다. 97년의 세월이 캠퍼스 곳곳에 배여있다. 교정은 청사초롱을 내건 교문들과 돌담, 전통기법으로 지은 강의동, 연꽃향이 가득한 미명호 등이 서로 어울려 고궁 그 자체이다.
베이다의 역사는 1898년 당시 경사대학당 설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은 1만9천5백명의 학생과 8천명에 가까운 교직원이 생활하는 소도시로 변모했다. 의대와 공대가 없음에도 중국대학중 가장 학과가 많다. 파워엘리트의 산실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않는다. 특히 기초과학과 인문·사회과학분야가 독보적이다.
캠퍼스를 돌아보면 5·4운동 당시 교장으로 베이다의 아버지로 불리는 채원배와 공산당을 세웠던 진독수 등의 동상을 볼 수 있다. 서문쪽에 자리한 세르반테스상이 외국인으로는 유일하다. 혁명1세대들의 해방전 활약상을 그린 「중국의 붉은별」작가 에드거 스노의 묘비도 미명호 남쪽에서 볼 수 있다. 마오쩌둥(모택동)의 흔적은 동상이 아닌 조그만 흉상으로 남아있다. 그나마 그가 일했던 도서관안에 위치해있는데 학생들의 관심에서 많이 비켜가 있다.
아늑한 교정과 달리 학교는 학생과 교직원등 3만명에 가까운 사람들의 열기와 자전거행렬로 늘 활기차다. 하루일과의 시작도 빨라 아침 7시30분이면 첫강의가 시작된다. 한국유학생들은 한결같이 『공부벌레만 모아놓아 그런지 두려울 정도로 공부에 매달린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한국의 고3학생을 생각케 한다. 도서관은 2천석의 자리가 문을 연지 1시간도 안돼 꽉 차버린다.
높은 면학열기에 비해 공부환경은 열악하다. 전 학생이 기숙사생활을 하는데 5평도 안되는 방에 4명이 생활해야 한다. 그나마 밤12시면 전기가 나가 더 오래 공부할래야 할 수도 없다.
그러나 학생들이 겪는 더 큰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92년이후부터 학비·식사비를 학생부담으로 했기 때문이다. 학교관계자는 많은 학생들이 가정교사등 아르바이트로 학비나 생활비를 조달한다고 설명했다.
89년 천안문사태 당시 베이다학생들이 많이 연루된데따라 중국정부는 한때 베이다학생들에게만 남녀구분없이 1년간의 군사훈련을 의무화했던 적이 있었다. 이때문에 공부잘하는 학생들이 진학을 기피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 결국 93년부터는 타대학과 마찬가지로 1∼2개월간의 군사훈련으로 줄었다.
베이다하면 얼핏 천안문사태를 떠올리지만 지금 학생들의 의식은 소련·동구몰락을 경험한뒤 많이 달라졌다. 한때 교정의 빈공간을 가득 채웠던 대자보는 거의 볼 수 없다. 토플 토익시험공고 영어회화반모집등 영어학습에 관한 내용으로 게시판이 도배질돼 있다.
베이다는 중국교육위원회관할인데 일종의 자치도시형태로 운영된다. 교내에 유치원·초·중학교 병원 은행 상점은 물론 파출소까지 있는 생활공간이다.
78년 개방체제이후 국가지원이 인건비 수준으로 삭감돼 여느 대학과 마찬가지로 학교측도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마련하느라 아우성이다. 주요 수입은 북대방정 북가공사 북대생명공학공사등 대학의 기술력을 활용할 목적으로 세운 회사의 운영이익금이다. 이것도 모자라 몇년전부터는 남쪽의 돌담을 헐고 상가를 지어 임대하고 있다.<베이징=이동국 기자>베이징=이동국>
◎인터뷰/교무부처장 쭈치자오/애국·기술교육에 역점… 21세기대비 과감한 과목조정 추진
―베이징(북경)대의 현황을 소개해달라.
『베이징대는 국무원 국가교육위원회가 관할하는 4년제 문리과계 종합대학으로서 1898년 설립돼 3년후면 개교 1백주년을 맞는다』
―베이징대는 5·4운동의 진원지며 반일·민주운동의 산실로 알려져 있다. 교육이념과 학풍은.
『첫째는 애국주의 교육이다. 둘째는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에 역점을 둔다. 그래서 학부생은 기초교육에 70%를 주력한다. 교수는 엄격하고 학생들은 활발하다』
―베이징대의 발전계획과 개혁방안을 밝혀달라.
『2000년까지 세계에서 가장 좋은 대학으로 발전시키자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지난 52년 분리된 베이징의과대학을 다시 합치고 생명대학원을 의학원으로 개편하며 항공항천대학과도 연합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21세기를 대비해 현실에 맞지 않는 과목을 과감히 폐지할 방침이며 소프트웨어개발회사인 베이다(북대)방정등 베이징대에서 직접 운영하는 10여개 사업을 더욱 활발히 육성해 나갈 예정이다』
―외국인유학생에 대한 유인책과 지원책을 소개해달라.
『우리대학에는 장단기 유학생 7백여명이 수학하고 있다. 올해 외국에 분교를 건설하는등 해외에 베이징대를 소개할 해외교육원을 설립키로 했다』
―베이징대는 어떻게 운영되는가.
『학부생은 전원 기숙사생활을 한다. 후원회, 기업, 교육위원회등이 과학연구기금으로 연 20여만위안(원)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에서 10년전만해도 식사비를 제외하고는 학교운영비를 전액 지원했지만 점점 지원이 줄어들고 있다. 이에 따라 학교에서는 지난 92년부터 학생들에게 연간 1천위안의 학비와 식사비로 매달 1백50위안을 받고 있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조선족 북경대 입학률 56개 소수민족중 으뜸/매년 20명선 진학… 현재 70명 재학/체육대회·회지 발간 등 유대 다져
중국 최고의 준재들이 모이는 베이징(북경)대에는 매년 약20명가량의 조선족 학생들이 입학한다. 입학정원 2000명의 1%정도지만 중국내 약 7천만명의 56개 소수민족가운데는 가장 높은 입학률이다.12억 중국 인구가운데 약 0.17%에 불과한 210만여명의 조선족이 교육열과 교육수준면에서 최고로 꼽히는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베이징대에 재학하고 있는 조선족학생들도 이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공부만큼은 자신있다는 것이다.
사회학과 2학년에 재학중인 최정현(22)군은 『베이징대에 들어오려면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대학입학시험에서 각 성의 100등안에 들어야 한다』며 『특히 조선족 학생들의 경우 성내 장원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90년 지린(길림)성 문과 이과, 93년 지린성 문과, 94년 헤이룽장(흑룡강)성 랴오닝(요녕)성 문과,지린성 이과장원을 조선족학생이 차지했고 이들 대부분이 베이징대에 입학했다는게 최군의 자랑이었다.최군은 지린성의 중점학교인 용정고급중학교(고등학교) 수석 출신이다.
현재 베이징대에 재학하고 있는 조선족학생은 문과계열 30여명,이과계열 40여명등 학부생 70여명과 연구원생(대학원과정) 10여명.
이들의 대학생활은 여느 중국학생들과 다를바 없다.다만 회원 6백여명의 「베이징시 조선족대학생구락부」라는 모임을 통해 1년에 한번씩 체육대회를 갖고 「삼강문단」에서 「백두얼」로 이름을 바꾼 회지를 발간하면서 조선족학생들간의 유대를 다지고 있다.
졸업후 진로는 대부분 베이징에 남아 취직(70%)을 하거나 연구생과정으로 진학(30%)하는 것으로 나눠진다.하지만 최군은 『베이징시내 대학에 진학하는 조선족학생들의 남녀 비율이 6.5대 3.5정도여서 졸업한 선배들이 조선족간의 결혼을 원하는 부모들의 기대를 뜻대로 맞춰주지 못해 고민을 많이 한다』고 귀띔해 줬다.<베이징=김삼우 기자>베이징=김삼우>
◇중국 기동취재반
이병규 정치2부차장
송대수 베이징특파원
김건수 사진부기자
하종오 사회2부기자
김병찬 문화1부기자
김삼우 체육부기자
이동국 정치1부 기자
김병주 경제2부기자
김혁 전국부기자
장학만 사회1부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