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쌀 선적도 2시간 연기/“교육자료 활용” 선거모습 녹화도6·27선거는 4대지방선거의 규모만큼이나 유권자들의 관심도 컸다. 이날 투표장엔 전국 최고령(1백35세) 할머니와 해방후 생애 40번째 투표를 한 1백15세 할머니등 1백세이상 고령의 노인들이 가족들과 함께 나와 역사적인 지방선거에 뜻깊은 한표를 던지고 장래 유권자인 국민학교 어린이들이 투표장을 찾아 현장학습을 하는등 선거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낙도에서는 또 가족들이 배편을 어렵게 내 큰 섬까지 멀리 애써 투표를 하러가는 열성 유권자들이 많아 투표를 포기하고 놀러간 도회지 사람들과 좋은 대조를 보였다.
○마지막선거 될지 몰라
○…『이번 선거가 마지막이 될지도 몰라 반드시 투표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일찍부터 후보를 점찍어 놨지』
올해 1백15세로 충북도내 유권자중 가장 나이가 많은 권남순(괴산군 증평읍 증평리 576) 할머니는 증평공고에 마련된 투표장에 나와 귀중한 한표를 행사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가 당선되길 빈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웃인 이혁훈(38·증평출장소 공무원)씨의 부축을 받으며 이날 상오 5시30분께 투표소에 나온 권할머니는 30분을 기다리다 가장 먼저 투표를 마쳐 투표소 관계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지난 45년 정부 출범이후 92년 대선까지 한번도 빠짐없이 주권을 행사한 권할머니는 이번 4대 지방선거가 생애 40번째 투표.
1880년 경북 안동에서 출생한 권할머니는 58년 증평에 정착했으나 요즘은 자식들과 연락이 끊긴채 외딴집에서 쓸쓸한 여생을 보내고 있다.
최근 눈이 어두워지고 거동도 불편했지만 마지막까지 주권을 포기할 수 없어 이웃의 도움으로 한 표를 행사하게 됐다고.
권할머니는 『얼마나 더 투표할 수 있게 될지 모르겠다』며 『나라가 잘돼야 국민이 편안해지니 국민을 편하게 하는 정치인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청주=한덕동 기자>청주=한덕동>
○출어중단 수송 작전
○…인천 옹진군 주민들은 27일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단체로 출어를 중단하는가 하면 차량 등을 동원, 수송작전을 전개하는등 훈훈한 선거 분위기를 조성.
이날 상오 8시께 옹진군 대청면 어민 7백여명은 어민 전체회의 결과에 따라 어선 1백30척의 출어를 중지하고 전원 투표에 참석. 또 자월면 자월3리 자월교회측은 같은 마을에 사는 장애인 강모(75)씨등 주민 35명을 투표소가 마련된 마을에서 2 떨어진 자월국민학교까지 차량으로 수송.
덕적도에서 5떨어진 선미도에서 혼자 살고있는 서상순(72)씨도 이날 상오 9시30분께 행정선을 이용해 덕적면 북리 명신국교까지 와서 투표.<인천>인천>
○…전남 목포시 삼학도 외항부두에서 대북지원 쌀 선적작업을 하던 목포항운노조원 80여명은 이날 투표를 위해 평소보다 2시간 늦은 하오 9시부터 작업을 재개.
노조원 이재남(46)씨는 『통일을 기원하는 북한동포에게 보내는 쌀 선적도 좋지만 주민대표를 뽑는 선거도 중요해 작업시간을 2시간 늦췄다』며 『오늘은 좋은 일만 하게됐다』고 싱글벙글.
○최고령 할머니 동참
○…전남 해남군 문내면 사무소 진흥회관에 마련된 제2투표소에는 올해 나이가 1백35세로 전남도내 최고령인 홍분심(문내면 선두리 376) 할머니가 이른새벽 투표에 참가, 주민들과 투표종사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딸 이순업(78)씨와 단둘이 살고 있는 홍씨는 이날 상오 6시45분께 인근마을인 문내면 동외리에 사는 조카며느리 최정례(57)씨의 등에 업혀 투표소에 나와 종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무사히 투표하고 귀가.
면사무소 관계자들은 『손녀는 시집가 광주에서 살고 딸 이씨와 단둘이 살고있는 홍씨는 도내 최고령자로 투표때마다 많은 언론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면서 『호적에는 1860년생인 1백35세이지만 딸의 나이등을 비교하고 동네사람들에 의해 전해오는 나이를 추정하면 1백13세가 정확한 나이일 것』이라고 귀띔.<해남>해남>
○주권의식 고취 도움
○…충북 보은군 보은읍 중초국교 장내필(40) 교사는 이날 어린이 4∼5명과 함께 이 학교내에 마련된 투표장을 찾아 투표장 안팎의 분위기와 유권자들의 표정을 비디오로 열심히 촬영.
아침 일찍 투표소에 나와 이곳에 설치된 제11투표구 이남우 위원장으로부터 촬영 허가를 받은 장교사는 동네사람들이 삼삼오오 줄지어 투표를 하러 오는 모습과 투표과정등을 비디오에 정성껏 담았다.
어린이들을 위한 교육자료로 활용하기위해 투표모습을 촬영했다는 장교사는 『교육자료로 쓴다고 하니 동네 어른들이 좋은 생각이라면서 격려를 해줬다』며 밝게 웃었다.
장교사는 이번에 찍은 투표소 표정등을 이미 촬영한 유세장 모습등과 적절히 배합, 편집해 다음주부터 시작되는 6학년 사회과목의 지방자치제 단원 수업에서 시청각 자료로 활용할 계획.
지난 3월 삼산국교에서 전근해와 현재 중초국교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 장교사는 『수십년만에 실시되는 이번 지방선거에 어린이들의 관심이 무척 커 투표과정등을 화면에 담아 보여주면 주권의식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북 진안군 개인택시 운전사 이동규(38·진안군 성수면 포동)씨가 27일 상오 6시 거동이 불편해 투표권을 포기하려던 같은 마을주민 최남석(72)씨를 자신의 택시에 태워 4㎞ 떨어진 진안 외궁국교 투표소까지 데려다 줘 주위의 칭송이 자자.
최씨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지방선거에서 귀중한 한 표를 행사하게 돼 여한이 없다」며 감격.
이씨는 「이웃집 할아버지가 몸이 불편해 주표를 포기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모셔다 드린 것 뿐」이라며 과분한 칭찬이 쑥스럽다는 표정.<진안>진안>
○…27일 새벽 곳곳에서는 투표종사원과 선거운동자원봉사자 등이 투표를 앞두고 윤화를 당하는 불운을 겪어 주위사람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상오 5시께 전주시 덕진구 금암동 전북사대부고앞 사거리에서 덕진구 제1투표소 투표종사원으로 위촉된 김학근(56·전주기린여중 교사)씨가 전북 2나4192호 프라이드 승용차를 몰고 투표소로 가다 뒤따라오던 전북 3나1923호 프린스 승용차에 받혀 목뼈를 다치는 등 전치 3주의 상처를 입고 전주성모병원에서 치료중이다.
이날 상오 5시30분께는 광주 북구 두암2동 무등도서관 앞 네거리에서 광주 1무7074호 세피아 승용차(운전사 고기석·42)등 차량 3대가 연쇄충돌해 투표참관을 위해 투표소로 가던 세피아승용차 운전자 박씨와 함께 타고 있던 노은경(28·여·광주 서구 화정동)씨 등 2명이 숨졌다.<특별취재반>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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