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측 수교협상 노려 양보자세/정부선 한일관계 의식 한때 난색일본과 북한간의 쌀 협상은 국교정상화 협상재개를 무기로 삼은 북한측의 요구가 대폭 수용되는 선에서 마무리될 전망이다.
북·일쌀 협상은 북한이 일본의 재고량을 훨씬 능가하는 1백만톤을 요구하면서 쌀의 용도에 대한 투명성 보장을 거부해 진통을 겪었지만 쌀지원을 계기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이룩하려는 연립여당측의 정치적 판단이 작용해 결국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정부측은 당초 실무협의에서 쌀 30만톤을 연불에 의한 유상매각 방식으로 지원하겠다고 제의했다. 공급조건은 태국쌀의 국제가격에 10년거치, 20년상환, 연리 3%, 엔화결제방식이다. 이는 일본이 개도국에 제공하는 정부개발원조(ODA)와 같은 조건이다. 일본측은 또 『쌀을 지원하는데는 국민의 이해가 필요하다』며 제공된 쌀을 군사용으로 전용하거나 제3국에 전매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합의서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북한의 이종혁 단장은 25일 일본 정부측과의 회담에서 『연립여당측과 이미 무상 30만톤, 유상 70만톤등 1백만톤 지원에 합의했다』고 주장하고 쌀용도의 투명성 문제에 대해서도 『민수용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연립여당측에 문서로 대답한 상태』라며 연립여당측과의 사전물밑접촉 경위를 설명했다. 더욱이 그는 『연립여당과 합의한 내용을 실무대표들이 뒤집으면 얘기가 달라진다』며 강한 불만을 표시한 후 회담장을 빠져나갔다.
일본정부 실무진들은 일단 자신들의 안을 제시한 후 북한측의 요구가 있을 경우 쌀의 지원량을 50만톤정도로 늘려줄 생각이었으나 북한측이 실무대표단을 무시하고 연립여당측과 협의하겠다는 자세로 나서자 속수무책으로 손을 들고 말았다.
실무회담이 진통을 겪은 것은 대북쌀지원을 정치적인 이유로 조기에 타결짓기를 바라는 일연립여당과 원칙에 입각해 진행하려는 외무부등 일본정부간의 입장차이 때문이다. 연립여당측은 북한과의 관계개선을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정권의 주요 외교성과로 삼으려는 의도에서 상당한 양보를 하더라도 잡음없이 매듭지어야 한다는 자세이다.
반면 외무부는 이번 지원이 핵의혹을 지니고 있는데다 국교도 없는 나라에 대한 예외적인 조치이기 때문에 『무원칙적인 자세는 안된다』며 따질것은 따지고 넘어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게다가 한국정부가 일본의 지원규모에 대해 신경을 쓰고있는 점을 감안, 대량지원은 한일관계를 위해서도 곤란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다. 북한이 1백만톤을 요구한 것은 15만톤을 무상제공한 한국측의 원조를 「별것 아닌것」으로 돌리기 위한 고등전술이라는 것이다.
26일 열린 북한측과 연립여당측간의 회담에서도 이종혁은 『쌀의 용도는 예외없이 인민용』이라고 구두약속을 하면서 『무상 30만톤을 포함한 1백만톤을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거듭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정부·여당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답변을 보류한 후 총리관저에서 당정협의를 갖고 북한측의 요구를 상당부분 수용하는 선에서 타결짓기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도쿄=이재무 특파원>도쿄=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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