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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 대장암/박재갑 서울대의대 암연구소장(홈닥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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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성 대장암/박재갑 서울대의대 암연구소장(홈닥터)

입력
1995.06.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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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중 한명만 있어도 자녀 절반이 발병/여자환자는 예방차원 자궁·난소도 절제30대중반의 여자가 아랫배가 아프다며 병원에 찾아왔다. 환자는 심하지는 않지만 1개월전부터 하루에 3∼4회씩 통증이 나타나며 최근엔 변비 때문인지 대변보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가족력을 물어보니 아버지가 대장암으로 60세에 사망했고 작은 아버지도 3년전 대장암수술을 받았다고 했다. 또 최근 언니가 자궁암수술을 받았다는 것이다.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 대장조영술(대장내의 병변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항문을 통해 약을 넣고 X선으로 촬영하는 검사)을 시행한 결과 예상했던 대로 대장암이었다. 조직검사에서도 역시 대장암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한 가족내에 무려 3명에게서 대장암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가족내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대장암을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이라고 한다. 비용종증은 대장 속에 폴립(양성종양)이 생기는 용종증과 달리 용종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환자가 가족력을 말하지 않을 경우 일반 대장암과 증세가 똑같아 오인하기 쉽다. 통계에 의하면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은 전체 대장암의 5∼20%를 차지한다.

90년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 협력기구」는 이 병의 진단기준으로 ▲가족 구성원중 병리조직학적으로 증명된 대장암환자가 최소 3명이상 ▲3명중 특정 1인에 대해 나머지 2명이 1∼2대(부모 형제 또는 자식)의 관계로 연결 ▲최소한 연속된 2세대에 걸쳐 발생 ▲최소한 1명은 발견연령 50세이하여야 한다고 정의한다.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은 멘델유전법칙의 우성유전을 하므로 부모중 1명이 이 질환을 갖고 있으면 자녀들중 절반정도에서 이 질환이 발생한다. 일반대장암에 비해 오른쪽 대장에 발생하는 비율이 높으며 조기에 발병하고 대장 여러곳에 병변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대장 이외의 장기에도 암이 잘 발생하여 자궁내막암 난소암 위암 담도계의 암 췌장암 유방암 뇌암 비뇨기계의 암 후두암 등이 함께 나타나기도 한다. 자궁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잘 발생하는 자궁경부암이 아닌 자궁내막암이 주로 나타난다. 앞서 언급한 환자의 언니도 자궁내막암이었다.

유전성 비용종증 대장암으로 판명되면 대장 전체를 잘라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 여자환자가 이 암으로 수술받는 경우에는 예방적 차원에서 자궁 및 난소절제술을 동시에 시행하며 반대로 자궁내막암이나 난소암수술을 받는 경우에도 대장절제술을 함께 받는 것이 좋다. 현재 서울대의대 한국유전성대장암등록소에는 20여가족이 유전성 대장암으로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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