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분·현실사이 국민의식도 이중성 노출/TV토론 첫 실험… 동시선거 관리 문제점6·27 지방선거는 한국정치의 현실을 다시 한번 돌아볼 기회를 주었다고 할수 있다. 보름전 선거전이 시작될 때만해도 지방선거는 「원론」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각 정파가 개입하고 승부의 의미가 부각되면서, 지방선거는 지자제의 통과의례가 아닌 정쟁의 장, 정치세력의 힘겨루기로 변질됐다. 정책이나 인물, 생활자치는 선거전의 외곽에 일찌감치 밀려버렸다. 특히 야권에서는 「중간평가」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내각제개헌까지 거론, 지방선거의 결과를 향후 정치의 지렛대로 등식화했다.
이 와중에서 상대후보의 전력을 들추고 확증없이 인신공격하는 구태스런 양상이 노골화했다. 또한 지역주의가 드세게 기세를 올렸고 심지어 「핫바지론」이라는 말초적인 주장까지 대두되기도 했다. 이에 대응해 『원로정치인들의 구태를 종식하자』는 세대교체론이 제기되는가 하면, 반대로 『정치지도자는 국민이 선택한다』는 순리론이 나오기도 하는등 배치되는 정치논리가 치열하게 맞부딪쳤다.
각 정파의 공방, 엇갈리는 논리속에서 국민의 이중성도 확인됐다. 국민 대다수가 명분에서는 지역감정, 지역분할을 반대했지만 현실에서는 지역주의를 선택했다. 선거판세가 각 정당이 기반을 둔 지역에서 배타적으로 형성되는데서도 국민의 이중적 정치의식이 드러나고 있다.
지역논쟁은 정치권의 불안정성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는 단초였다. 구체적으로 보면 김대중씨의 지역등권론에 민주당의 이기택총재, 이부영 노무현 부총재 등이 반기를 들었고 민자당에서는 김대통령의 세대교체론이 민주·민정계등 계파별로 상반되게 받아들여졌다. 이러한 정당의 이질성은 국민의 이중성과 맞물려 정치의 불안정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결국 정계개편의 당위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6·27 지방선거에서 드러난 또다른 중요한 현상은 선거양상의 변화가능성. 무엇보다 TV토론이 처음으로 도입됐다는 사실이 특기할만했다. TV토론은 유권자들에게 인물검증의 기회를 제공한 셈이 됐고 대규모 유세 등의 전통적인 세몰이를 과거의 선거운동으로 전락시켰다. 후보자들도 청중을 모으기 보다는 청중이 많은 곳을 찾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다.
그러나 4대 지방선거가 동시에 실시되면서 선거관리에 적잖은 문제점이 노출된 사실은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선관위는 후보들을 국민에게 충분히 알릴 수 있는 수단을 갖지못했고 홍보물발송 등의 기초적 업무를 엄청난 물량때문에 효과적으로 해내지 못해 차후의 과제로 남겼다.<이영성 기자>이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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