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과정 「농사학원」 20·30대 지원자 증가세도쿄에서 자동차로 한시간 반정도 걸리는 이바라키(자성)현 사시마초(원도정)의 경작지대로 들어서면 넓은 들이 펼쳐진다. 양배추밭이 널찍하고 오이를 주로 재배하는 비닐하우스가 정연하게 서있다. 그 중의 한 비닐하우스 입구에는 「백장입문숙 실습장」이라는 작은 나무간판이 걸려있다. 우리말로 하면 농사꾼입문학원 실습장이다. 「햐쿠쇼(백장)」란 원래 영주의 장원에서 일하던 농민을 일컫던 말이나 요즘은 그냥 농민을 뜻한다.
지난 4월 문을 연 이 학원에는 현재 11명의 남녀학생이 열심히 농사공부를 하고 있다. 19∼34세인 학생들은 모두 회사원 출신이다. 퍼스컴과 사무기기를 만지던 손에 농기구를 쥔지 두달만에 얼굴은 구릿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농사를 짓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가 날이 다르게 새롭지만 다시 회사원으로 되돌아 갈 생각은 없다.
주택자금융자회사에 다녔던 야마모토 쇼코(산본창굉·34)씨는 『진짜로 생산적인 일이 농사라는 생각에서』 자동차회사 개발부문에서 일하던 모토미야 마사유키(본궁아지·28)씨는 『농사는 자신이 먹고 살기위해 남을 버리지는 않는 일이어서』 학원문을 두드렸다.
이들은 2년동안의 과정이 끝나면 학원과 같은 계열인 농사조합의 조합원으로서 토지를 임대해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된다. 옛지명인 히타치(상륙)와 시모우사(하총)를 딴 「조소 소다이(상총백장대)」란 농사조합이 학원을 운영하고 졸업생의 장래를 책임진다.
이는 최근 일본의 젊은이들 사이에 조용히 일고 있는「탈사입농」바람의 한예에 불과하다. 환경이 양호한 전원도시에 살면서 간단한 채소류 정도는 손수 가꿔 먹겠다는 취미차원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88년에 개설된 도쿄의 전국농업회의소 신규취농 안내센터에는 하루 평균 10건의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 한동안 30·40대의 공무원과 회사원이 주류였으나 최근에는 20·30대가 중심이 되고 있다. 직장여성들의 문의도 요즘들어서는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장기적인 불황의 여파로 취직이 하늘의 별따기가 되자 도시의 청년들이 아예 첫직업으로 농사를 생각하는 사례까지 나타나고 있다.
한편으로 일단 도시로 떠났다가 되돌아 오는 이른바 「U턴 청년」도 90년을 고비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물론 일본의 농업현실이 특별히 매력을 주는 것은 아니다. 농촌은 60년 37%였던 농업인구가 90년 14%로 줄어든 극심한 이농현상과 고령화현상으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려 왔다. 버려진 논밭에 잡초만 무성한 곳이 한두곳이 아니다. 또한 최근에는 밀려드는 수입농산물에 밀려 채산성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그러나 회사환경의 악화로 「탈사입농」의 바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일벌로 비유될만큼 바쁜 생활에도 불구하고 특별히 수입이 늘지는 않는데다 그나마 평생직장을 보장했던 관행도 구조조정바람에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88∼92년 새로 농사를 짓기 시작한 34세 이하의 남성의 경우 40%이상이 다른 분야에서 농업을 택한 사람들이다.
농대입학생들이 90년부터 증가세로 반전한 것과 함께 지난해 전국의 농대입학생중 농가출신이 아닌 학생이 23%에 달해 관계자들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농촌노동력의 심각한 부족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당국과 농민단체가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농사꾼이 되는 길을 안내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춘 것등도 이같은 움직임의 한요인이 되고 있다.
그동안의 탈농 흐름을 반전시키고 있는 일본의 「탈사입농」바람은 되돌리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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