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한반도평화를 위한 남북한간의 화해를 진정으로 바라는 것인지, 오로지 실리추구를 위해 남북한, 특히 대북한카드를 이용하려는 것인지 실로 아리송하다. 북한의 핵공갈 이래 이를 저지하기 위한 한국과 일본간의 공동대책―공조를 강조해 오던 일본이 지난번 경수로협상타결 전후에 이어 이번 대북쌀지원과 관련하여 보인 자세를 보면 남북한 카드를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들이 말하는 「대북공조」는 언제든지 흔들릴 수 있는 편리한 공조여서 불안하기 짝이 없다.이번 쌀지원에 있어서도 일본은 겉으로는 남북간의 화해를 강조하면서도 조기수교에 이용하는 곡예를 벌였다. 당초 일본은 지난 2월부터 북한과 비밀리에 쌀교섭을 벌여오다가 한국측이 『한국보다 먼저 보낼 경우 한일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이 미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자 후퇴했다.
그들은 북한의 남한기피정책을 이용, 북한이 남한과 쌀협상을 할 용의가 있다며 마치 중재자처럼 나섰고 남북한이 쌀협상에 들어가자 『일본이 독자적으로 보낼 수 있다』 『먼저 보내지는 않겠으나 우선 10만톤을 무상지원할 방침이다』라고 흘려 남북한을 부추기는 인상을 준 것은 유감스럽다.
일본은 내각책임제에서 집권당과 정부가 동일체임에도 대북정책에서는 편리하게 역할분담을 해오고 있다. 90년 가네마루(김환신) 자민당부총재등은 정부를 대신하여 북한 노동당과 수교협상에 합의했고 한국이 따지자 일본정부는 우리와 무관하다고 변명했었다.
또 경수로협상이 타결되기전인 지난 3월에는 와타나베(도변미지웅) 전외무장관을 단장으로 하는 여당 방문단이 평양을 방문, 북한과 조기수교, 무조건 대화, 독자적 교섭등의 4개항을 합의하여 대북문제는 한국과의 사전혐의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당초 대북 쌀협상에 대해 북한과 미수교상태여서 정부가 나설 수 없다고 한 다짐을 뒤집고 이번에는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고 사이토(제등) 외무차관이 밝힌 것이다.
우리는 일본이 북한에 쌀을 지원하고 또 장차 수교하는데 반대하지 않는다. 문제는 북한이 그토록 식량부족등 경제난에 시달리면서도 한반도적화 목표와 한일 양국에 대한 적대적 자세를 여전히 견지하고 있고 이로 인해 동북아에 긴장상태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쌀지원은 적화 및 적대적 자세포기 및 긴장완화를 촉구하는데 활용돼야 하고, 수교협상을 그뒤로 미뤄야 하며, 특히 일본의 대북접근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한국과 충분한 사전협의하에 하되 결코 한국보다 앞서나가지 말아야 한다. 오직 실리만을 위해 우의를 버린채 재빨리 접근하고 또 모처럼 성사된 남북간의 쌀협상합의를 교란하는 태도는 마땅히 삼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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