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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가 본 선거현장/정치무관심 턴 “의미있는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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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가 본 선거현장/정치무관심 턴 “의미있는 경험”

입력
1995.06.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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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보열변 들으며 풀뿌리 민주 생각자원봉사에 나선 첫째날. 대방역에서 사무실까지 택시를 타게 되었다. 나는 기사아저씨에게 『아저씨, ○○○선거사무실로 가주세요』라고 말했다. 기사아저씨가 위치를 잘 모르시기에 『국회의사당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금방 나오는데요』라고 설명했다.

이렇게 해서 자연스럽게 기사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학생이 무슨 일로 그 사무실을 찾는가』는 물음에 내가 『선거 자원봉사하러 갑니다』고 대답하자 기사아저씨는 백미러로 나를 흠칫 한번 더 훔쳐보더니 그저 묵묵히 운전을 했다. 더이상의 대화는 없었지만 아마도 선거 자원봉사라는 말이 잘 이해가 되지않는듯 한 표정을 지었다.

『외국에서는 선거기간의 자원봉사가 일상화되어 있다고 들었는데…』라고 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나의 자원봉사는 이렇게 시작되었다.

사실 주위의 친구중에도 정치에 관심을 갖는 친구는 별로 없다. 따라서 평소 대화가운데도 정치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신문도 정치기사가 들어있는 1면부터 4면까지는 잘 보지않는편이다. 지방자치선거도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선거」라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자원봉사는 어학공부와 복학준비등 바쁜 일정때문에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 친하게 지내던 선배가 진지한 표정으로 『의미있고 또 무엇보다도 좋은 경험이 될 것』이라며 자원봉사를 권유했다. 『공부도 못하고 한동안 책도 못읽을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가 신뢰해온 선배가 권하는 것이라 그동안 지켜온 계획표를 일시에 변경하게 되었다.

내가 자원봉사를 하게 된 곳은 모서울시장 후보사무실의 대변인실이다. 하는 일은 팩시밀리와 전화를 받거나 가끔 문서도 작성하면서 사무실 청소를 하는 것이었다.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니었지만 선배에게 약속한 이상 27일까지는 어쨌거나 해야할 일이 되고 말았다.

그런데 하루는 영어학원에서 수업을 마치고 일어학원으로 가는 도중 종로에서 내가 돕고 있는 후보의 유세현장을 보았다. 평소같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이날은 내가 돕고 있는 후보의 유세를 듣기로 했다.

이날 그 후보는 가난하고 불우한 사람을 위해 복지시설을 늘리고 불합리한 서울시정을 바로 잡아 나가겠다는 내용으로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큰 정치인은 큰 거짓말쟁이, 작은 정치인은 작은 거짓말쟁이라는 얘기를 평소 들어왔기 때문인지 별로 큰 감동으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를 위해서는 열심히 살아왔지만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해 본바가 없는 나로서는 한편으로는 남을 얘기하고 남의 복지를 언급하는 후보가 대견스럽기까지 했다.

주위에 보면 참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분들이 많다. 이처럼 자기자신에게 노력하는 열정의 일부분을 나와 같이 살고 있는 사회에 조금이라도 나눌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자원봉사는 그런 의미에서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박상용 23·한양대 광고홍보과 2년 복학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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