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적 연출에 낭만적 춤사위영국 국립발레단은 빅 웰즈 발레(현 로열발레)의 주역이었던 알리시아 마르코바와 그의 남편 안톤 돌린이 독립하면서 만들어졌다. 페스티벌홀을 중심으로 활동해 페스티벌 발레단으로 보다 널리 알려졌는데 후에 마르코바가 로열발레에서 지도하는 동안에도 독자적 활동을 하며 40여년의 역사를 만들어 왔다.
내한공연(6월 13∼18일·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작품인 「코펠리아」는 그들이 발레의 전통을 지켜나가는데 앞선 단체임을 보여준다. 아기자기한 옛 발레의 모양새가 강조된 이 작품을 충분히 전달하는 것 자체가 전통이기 때문이다.
1870년 파리에서 초연된 「코펠리아」는 프랑스 발레 전성기의 마지막 작품이자 시기적으로 낭만발레와 고전발레의 중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1막과 3막은 마을광장을 배경으로, 2막은 괴팍한 발명가 코펠리우스박사의 집 내부를 배경으로 대조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면서 젊은이들의 사랑과 인형을 사람으로 만들어 보려는 우스꽝스런 발상이 얽혀 있다.
창가에서 매일 책을 읽는 코펠리아에게 관심을 보이는 프란츠와 이를 질투하면서도 코펠리아의 모습에서 이상함을 발견한 스와닐다가 각각 집안으로 숨어들어가는 것이 사건의 발단이다. 코펠리우스의 집에는 수없이 많은 자동인형들이 있어 춤의 재료가 되고 주인에게 잡힌 프란츠를 위해 코펠리아인형처럼 행동하는 스와닐다의 재치가 즐거움을 선사한다.
스와닐다 역의 엠브라 발로(18일 저녁공연)는 밝은 성격의 평범한 마을소녀로는 제격이었고 코펠리우스 역의 캐빈 리치몬드는 마임연기에서 과장됨 없이 극의 진행을 이끌어 세련된 무대를 꾸몄다. 특히 프란츠 역의 야센 창은 도약과 회전에서 관객을 사로잡는 능숙한 솜씨를 과시함으로써 즐겁고 화려한 순간을 만들어냈다.
「코펠리아」는 고전발레의 형식이 갖춰지기 이전의 발레인 만큼 춤의 규모가 작고, 무대의 폭이 좁고 깊은 전형적인 오페라극장 무대에 적합한 작품이다. 안무자 로날드 하인드는 이러한 작품의 특징을 충분히 이해한 버전을 보였는데 각 장면의 전개에서 급작스레 튀어나오는 자잘한 재미가 그것이다. 프란츠의 영혼을 코펠리아에게 옮기기 위해 등장하는 기계는 좋은 예로 보인다.
내용면에서는 희극적인 요소를 강조했고 춤사위는 낭만발레의 느낌이 강한 반면 사실적인 마임으로 극의 줄거리를 이끌어가는 연출법은 18세기의 발레와 유사해 잠시 과거로 돌아간 듯한 고풍스러움을 느낄 수 있는 무대였다.<문애령 무용평론가>문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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