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로 가는 첫 여성 해외주재원/“패션 본고장서 나만의 선 찾을것”삼성물산의 수석디자이너 최재춘(36)씨는 해외주재원으로 파견이 확정되던 날 밤잠을 제대로 이룰 수 없었다. 삼성그룹에서 여성이 정식으로 해외주재원으로 파견되는 일은 처음일 뿐만아니라 다른 업체에서도 전례가 없는 파격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부담이 컸다.
최씨가 최소한 5년동안 주재하게 될 곳은 프랑스 파리. 디자이너로서 세계 패션의 본고장에서 활동하는 일은 「꿈에 그리던 일」이었던 터라 주저없이 회사의 제의를 받아들였다.
『제의를 받아들이고 난 후 「역시 여성주재원은 한계가 있다」는 말은 듣지 말아야 할텐데하는 걱정도 앞서고 후배들에게도 기회가 주어지려면 잘해야겠다는 부담이 컸습니다. 하지만 첫 여성해외주재원이면서 또한 국내 의류기획작업을 직접 지휘하던 실무감각을 갖춘 디자이너로서 모든 업무를 새롭게 개척할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습니다』
최씨는 92년 삼성물산에 입사하기 전에도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적이 있다. 국민대 의상학과를 졸업하고 의류회사에 근무하다가 89년 세계 남성복 패션을 이끄는 이탈리아 밀라노로 떠났다. 이탈리아어 공부도 안돼 있었지만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굴로 들어가야한다」는 생각에 일단 일을 저질렀다. 그는 밀라노의 의상학교인 쎄꼴리와 마랑고니에 각각 1년씩 재학, 졸업할 때엔 유학생 사이에서 가장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물론 국내에서 7년간의 실무경험이 뒷받침이 됐다.
최씨가 국내에서 맡았던 일은 삼성물산내 에스에스패션에서 캐주얼 남성복 입셍로랑을 기획,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프랑스 상표이긴 하지만 입셍로랑측에서 패션에 대한 기초자료만 받고 상품기획, 디자인등은 모두 그가 이끄는 팀이 맡았다. 최씨는 『독신주의자도 아닌데 의상디자인에 전념하다보니 결혼을 아직 못했는데 이번에 주재원으로 선정되는 과정에서 유리하게 작용한 것같다』며 『패션과 예술의 본고장 프랑스에서 나만의 선을 찾아올 생각』이라고 말했다.<유승호 기자>유승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