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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성을 깨자/6·27 지방선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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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성을 깨자/6·27 지방선거(사설)

입력
1995.06.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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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7 지방선거가 막바지에 이르면서 지역주의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인 지난 5월의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후보자의 정당보다는 인물됨을 보고 뽑겠다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것은 주요 정당들이 지역적인 지지기반 위에 서 있다는 점에 비추어 적어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색이 약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매우 고무적인 조짐이었다.이러한 지방정치의 탈정당화­탈지역화 기대가 지역정서를 자극하는 일부 정치인들 때문에 다시금 무너져 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의 정치발전을 위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중앙정치를 병들게 했던 지역주의의 암세포가 이제 지방자치에까지 전이되는 것은 우리를 슬프게 한다.

지방자치는 결코 중앙정치를 위한 소도구로 전락해서는 안된다. 지방정부나 지방정치는 중앙정부나 중앙정치의 「소잡는 칼」로서는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하는 「닭잡는 칼」이 되어야 한다. 주민생활과 밀착된 문제들을 보다 잘 처리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와 같이 작고 동질적인 나라에서는 지방자치는 존재이유를 상실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가 이처럼 생활자치가 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의원과 단체장 그리고 유권자가 일정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지방의회의원은 주민의 의견을 수렴해 반영하는 한편 단체장의 관리방식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역할이 있다. 단체장은 주민을 대표하는 의원들의 의견을 듣고 동시에 중앙정부 및 주변자치단체와의 관계를 조율하는 가운데 관료조직을 잘 관리하며 적절한 문제해결책을 강구할 수 있는 능력과 경륜이 있어야 한다. 유권자들은 각 고장이 당면한 문제들에 비추어 누가 이러한 역할과 기대에 가장 잘 부응하는지를 최우선적인 기준으로 삼아 인물위주로 지지후보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지역적인 연고나 소속정당의 지역성을 기준으로 후보자를 선택하거나 배척하는 이면에는 어느 누구를 뽑아도 결국은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바탕에 깔려 있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지만 문제는 결코 값이 같지 않다는 데 있다.

중앙정치는 우리의 일상과 멀리 떨어진 것일 수 있어도 지방자치는 자치단체에 위임되는 역할이 우리의 생활과 밀착된 것인 만큼 후보를 잘못 선택한 데서 오는 폐해도 그만큼 직접적이다.

이제 중앙정치인들의 지역논리에 휘말려 애써 되찾은 주민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6·27선거는 우리의 정치를 사로잡고 있는 지역주의의 구각을 깨뜨리는 「밑으로부터의 혁명」을 시작할 좋은 기회다.

인물본위로 내고장 일꾼에게 투표해야 할 이번 지방선거에서마저 지역성을 타파하지 못한다면 이 병폐는 영영 고착화하고 말 것이다. 반대로 이번의 「혁명」이 성공하면 앞으로의 각종 선거에서 지방색은 저절로 퇴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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