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새 문명의 창조」라는 근저에서 「준직접민주주의」의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오늘의 「인터네트」로 상징되는 정보·통신하이웨이의 활용으로 이제는 유권자들도 직접 정책결정에 참여하게 된다는 것이다.때마침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도 근착호에서 이데올로기 대결이 사라진 후의 민주주의의 미래에 관해 우리에게도 시사적인 사설을 게재했다. 90년대 전자통신의 비약적 발전이 아직도 증기기관차시대에 머물고 있는 오늘의 민주정치 메커니즘에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바로 직접 민주주의적 요소의 등장이라는 것이다.
동지는 그 이유로 주권자인 일반유권자나 그 유권자를 대변하는 대의자간의 차이란게 이제는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오늘과 같은 첨단교육·정보·통신시대를 맞아 일반인들도 충분한 지식과 정보 및 정책아이디어로 무장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의사소통 및 표현통로도 충분히 확보, 이미 온갖 선거나 정책결정에서 사사건건 여론조사란게 등장하고 있지 않는가고 반문한다. 그밖의 또다른 이유로 동지는 직접민주주의 요소야말로 극성스런 로비스트들의 발호나 폐해를 견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우리도 이미 알게 모르게 최근의 몇몇 주요 사태때마다 확고한 정책방향을 제시하지 못한채 표류하기 일쑤였던 우리 대의자들을 질책하면서도 여론의 이름으로 그들의 나침반이 되어주는등 직접민주주의를 사실상 행사해왔던 것이다.
사실 이인모씨 북송과 경수로문제등을 놓고 우리의 대북정책이란게 그동안 얼마나 지그재그를 거듭했던가. 그래서 이번의 쌀보내기 결정과정이나 앞으로의 추이에 대해서도 예의 주시하며 여전히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오늘인 것이다.
노동정책의 어려움과 노동현실의 복잡함을 모르는바 아니지만 이번 한국통신 사태에서도 누구못지않게 열심히 사태해결을 이끈 것은 유권자들의 양식과 여론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치적 요구가 담긴 불법투쟁은 안된다고 주장했고, 국가적 공권력 행사앞에 성역이란 있을 수 없다며 엉거주춤한 당국에 힘을 실어줬었고 정부와 종교계간의 갈등을 풀도록 국민의 이름으로 간곡히 촉구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는 동안 정부도 노심초사 했겠지만 어처구니 없는 해프닝도 없지 않았다. 인사가 만사라는데 한통문제수습의 정부측 책임자라할 노동부장관이 치욕적인 거액수뢰혐의로 사태의 와중에서 경질돼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사태의 실무수습책임자인 한통사장마저 느닷없이 감사원의 발표를 빌려 뒤통수를 때리는 좌충우돌을 감행했던 것이다. 그 감사원 지적을 한통사장이 조목조목 반박하는 사이 가장 전문성이 강조되어야할 첨단정보통신분야 국책기업사장에 4성장군출신이 새로 임명됐으나 사태해결은 아직인 것이다.
오는 27일이면 35년만에 풀뿌리 민주주의가 부활되는 계기라할 지방선거이다. 실로 감회서린 주권행사를 앞두고 살펴본 우리 정치권의 모습은 또 어떤가.
이번 선거운동과정에서 표출된 일부 우리 정치권의 행태란 이코노미스트지가 지적한 증기기관차시대 정치정도가 아니라 달구지시대에 머문듯한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그들은 이번 선거의 의미나 국민적 바람과는 상관없이 4대지방선거를 97년의 대권쟁탈을 위한 전초전쯤으로 생각, 온갖 저질행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느닷없이 지역정서를 앞세우며 「꺼진 불」들이 내각제 개헌론마저 들먹이고 있고 대권욕심과 함께 당리당략 추구에도 앞장서고 있는 것이 아닌가. 결코 국민들의 생각이 어떤지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몇년에 한번씩 선거때만되면 국민 무서운줄 알아 여론조사를 거듭하며 가까스로 당선됐던 철새정치인들이 또 태연히 저지르고 있는 지그재그성의 극심한 시행착오와 무심함을 보노라면 폭풍앞의 촛불을 보는듯 불안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리고 보면 첨단과학시대를 맞아 그리스시대와 같은 직접 민주주의시대로 되돌아 가는듯 오히려 정치적 힘을 축적해가고 있는 오늘의 유권자들이다. 이런 변화와 권력의 이동을 후진정치인들은 물론이려니와 유권자 스스로로 진정 자각하고 있는지가 궁금하다.
이틀뒤면 우리 정치사에 또 하나의 기록이 보태어진다. 이럴때야말로 직접 민주주의 시대의 도래와 위력을 깨끗한 한표로 실감시켜 줘야할 것이다.<수석논설위원>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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