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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전쟁영웅을 기리자/이양호 국방부장관(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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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전쟁영웅을 기리자/이양호 국방부장관(특별기고)

입력
199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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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손에 조국의 의미 새기는 교훈 되게올해로 6·25가 발발한지 어언 45년이 되었다. 조국 수호의 최전선에 서있는우리 군인으로서는 45년전 북한의 기습남침에 대항하여 끝까지 싸우다 산화하신 선배 전우들의 그 숭고한 호국정신을 잊을 수 없다.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이할 때마다 나는 현역시절 비행훈련을 위해 미국에 갔을 때 나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던 사실을 잊을 수 없다. 79년 9월, 당시 공군대령이었던 나는 미국 네바다(NEVADA)주에 위치한 넬리스(Nellis)공군기지에서 레드 플랙(Red Flag)훈련(구 소련을 가상적으로 한 실전적 전투훈련)에 팀장으로 참가하여 2개월간 1백회의 출격을 성공적으로 마친 바 있다.

훈련이 끝나고 환담을 하던 자리에서 나는 왜 비행장 이름을 「넬리스」라고 했는지 부대장에게 물어봤다. 넬리스 공군기지는 미 공군에서도 가장 큰 전술공군비행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기지 이름에도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런데 부대장이 설명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그 지방 출신의 넬리스 중위가 세계 제2차대전에 출전하여 공중전을 하던중 전사하였는데 바로 그를 추모하고 그의 공적을 기리기 위해 넬리스 공군기지라고 명명했다는 것이다.

그말을 들으면서 나는 참으로 숙연해졌다. 왜냐하면 우리 군도 그리 멀지않은 과거에 6·25와 월남전이라는 두개의 큰 전쟁을 치렀는데 과연 우리에게 각각의 전쟁을 상징하는 인물들을 선정하여 추모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솟아 올랐기 때문이다. 전쟁을 상징하는 인물들을 갖는다는 것은 그 국민들의 자신들이 치러낸 전쟁에 대해 그만큼 의미를 부여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 전쟁이 남긴 교훈을 되새기고자 하는 의지를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전쟁영웅의 용맹하고 희생적인 이야기들은 한나라의 정체성이 유지되어 온 근거가 되고 후손들에게 주는 과제와 당부의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주한 미군 부대중에서 의정부에 캠프 레드 클라우드(Camp Red Cloud)라는 이름의 기지가 있다. 「레드 클라우드」는 미국 시민권초자 얻지 못하고 천대받던 인디언후손으로, 군에 입대하여 2차대전과 한국전에도 참전하여 용감히 싸우다가 장렬하게 전사한 육군상사였다.

이처럼 미군은 그들이 치른 전쟁마다 크고 작은 영웅들을 찾아내 국가적으로 최고의 예우를 아끼지 않으며 언론에서는 대서특필하고, 출신학교와 고향에서는 성대한 추모행사를 가질 뿐만 아니라 부대에서는 연병장 명칭, 건물이름, 부대내 거리 이름까지도 그들의 이름을 따서 길이 기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조국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던져 싸우는 미군들의 「투철한 군인정신」 그리고 이러한 군인정신을 최고 명예로운 것으로 예우하고 추모하는 국민들의 「호국의 염원」이 오늘날의 최강대국 미국을 낳게 했는지도 모른다.

지난달 나는 한국인 아버지와 월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최민수 일병을 불러 군복무가 면제될 수 있는 한국인 2세임에도 군에 자원입대하여 열심히 근무한 것을 칭찬해 준 적이 있다. 그때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보았다.

미국사회에서는 천대받던 인디언 용사를 우러러 부대이름까지 붙이며 그를 기리고 있는데 우리는 이 땅에서 우리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가 산화한 선열들의 숭고한 정신과 업적을 기리는 일에 얼마나 진지했던가.

다행히 현정부 출범이후 해외에서 독립운동하던 애국지사들의 유해가 꿈에 그리던 조국의 품에 속속 안기고 있으며, 지난 6월20일에는 6·25전쟁시 오직 조국수호의 일념으로 북한 공산주의자들과 싸우다 전사한 유격부대원들이 늦은 감이 있지만 그들의 6·25참전 사실과 공훈을 인정받아 국립묘지에 위패로 봉안되었다.

6·25가 발발한 지 45년이 되는 지금, 아직도 북한의 45년전과 똑같은 적화통일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으며 대남통일 전략의 기조가 조금도 변치 않고 있는데 우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고 그런 북한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그때 그분들이 왜 그토록 귀중한 생명까지 바치며 용맹스럽게 싸웠는지에 대해 곰곰 되새겨 보고 있는지….

전쟁의 포연이 멈춘지 42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북한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으므로 우리는 6·25를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된다. 전쟁의 아픈 충고를 잊는 민족에게 역사는 더욱 가혹한 고통을 준다는 교훈을 명심해야 한다. 광복 50주년, 6·25발발 45년째 되는 금년 6월이 우리 젊은이의 마음속에 조국을 지키며 산화한 호국 전몰장병들의 간곡한 당부가 되새겨지고, 나라사랑의 결의를 굳게 다지는 진정한 호국보훈의 달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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