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광역후보외 거의 몰라/자진사퇴 유도 곳곳 물밑거래지방선거전이 종반으로 치달으며 흑색선전과 향응·선심공세등 혼탁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종전에 볼 수 없었던 「이상한 현상」들이 계속되고 있다. 광역단체장을 제외한 기초단체장 및 광역·기초의회의원 후보들은 얼굴을 알리기 위해 별의별 묘안을 다 짜내고 있으나 막상 유권자들은 투표일이 임박한 지금도 어느 후보가 출마했는지, 누굴 찍어야 할지 모른 채 당황하고 있다. 또 유권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낼만한 쟁점이 부상되지 않고 있는 점, 곳곳에서 후보들간에 변칙선거운동 눈감아주기와 사퇴담합 사례가 속출하는 것등도 이례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유권자들은 서울시장등 몇몇 광역단체장 후보에게만 관심이 있을뿐 광역·기초의원, 구청장후보에게는 거의 관심이 없다. 합동연설회장은 썰렁하기 일쑤이며 선거때면 바람몰이에 앞장서던 대학가도 조용하다.
서울시내 아파트의 우편함에는 각 후보들이 보낸 홍보물이 첩첩이 쌓여 있으나 이를 꺼내보는 주민들은 별로 없는 형편이다. 주부 정모(30·서울 은평구 불광동)씨는 『후보들이 누가 누군지 모르겠다』며 『투표장에 갈 엄두가 나지않는다』고 말했다. 공선협 서울본부가 서울지역 유권자 5백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10명중 8명이 자기지역 기초의원후보를 전혀 모르고 있고 홍보물을 관심있게 살펴본 응답자도 18.6%에 그쳤다.
유권자가 냉담한 것과 달리 특히 의회후보들의 얼굴알리기는 전례없이 극성이다. 골목작전, 유세차량을 동원한 메뚜기식 유세, 출근길 명함돌리기, 전화공세, PC통신홍보, 야간유세등 온갖 방법을 동원하지만 유권자들의 반응은 거의 냉담에 가깝다. 오히려 후보들의 극성은 유권자들의 짜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후보들이 내거는 공약이나 정책은 소소한 지역문제들로 큰 쟁점이 없다. 선거때마다 으레 군정종식, 중간평가, 세대교체, 전력시비등 쟁점이 있었으나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들의 관심을 끄는 쟁점이 부상되지 않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이다. 유권자들은 후보자간 지역별 정책대결에도 별 흥미를 갖고 있지 않아 무관심은 가중되고 있다.
복수이상의 여·야성후보가 출마한 지역에선 지금까지 드러난 판세를 기초로 후보자간 물밑접촉을 통해 자진사퇴를 유도하는 담합이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후보자간 담합은 선거법 위반으로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기초의원 후보자간에 곳곳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분석이다.<고재학·남경욱 기자>고재학·남경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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