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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비용과 쌀(장명수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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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비용과 쌀(장명수 칼럼)

입력
199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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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으로 가는 쌀 1차분이 강원도 동해항을 떠나 나진항으로 간다. 쌀을 싣고 갈 씨 아펙스호의 선장과 선원들은 『북한동포들에게 첫 쌀을 전해주게 된것이 기쁘고 영광스럽다』고 말했다. 우리가 쌀을 주는것은 좋지만, 쌀을 받아가는 북한의 태도가 틀렸다고 불쾌해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선원들의 기뻐하는 모습은 동족을 돕는 귀한 보람을 새삼 깨우쳐 준다.그러나 이번에 보내는 쌀은 하나의 시작에 불과하다. 북의 식량난은 좀체로 해결될 것 같지 않은데, 내년 내후년에도 계속 쌀을 보낼 것인가. 북한의 태도는 별로 달라지지 않고, 요구량은 해마다 늘어날 경우 국민이 용납할까. 스스로를 개혁하려는 북한당국의 노력이 없는채로 구호미를 지원하는 것은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아닐까.

북한은 쌀을 받아가면서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그들의 「어버이 수령」김일성은 「쌀밥에 고깃국」을 해마다 약속했지만, 끝내 약속을 못 지키고 세상을 떠났다. 이제 그들이 먹게 될 쌀밥은 「어버이 수령」이나 공산주의가 준 것이 아니고, 남한의 자본주의와 동족애가 보내준 선물이다. 북한은 남북사이에 왜 그런 격차가 벌어졌는지를 분석하고, 자신을 개혁해야 한다. 쌀을 얻어먹는 상황에서 통일이 된다면, 불행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도 직시해야 한다. 구동독 사람들이 통일후에 겪고있는 「2등시민」의 갈등을 거울삼아야 한다.

북한이 현재의 체제를 고수하면서 경제적 난관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쌀만 하더라도 북한에서 널리 재배하는 「평양15호」등을 남한에서 시험재배한 결과 남한의 다른 품종들에 비해 수확량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만일 북한이 「남한식 재배법」을 도입한다면 수확량을 크게 늘릴수 있을 것이다. 「남한식」이란 비료·농약·농경기술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우선 중국의 개혁에서 배울수 있을 것이다. 중국은 1978년 개방정책으로 인민공사를 해체하고 개인농의 책임생산제로 전환한후 농업생산이 49%나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제도개혁이 생산증대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제 북한은 쌀 지원을 요구하는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쌀의 수확을 늘리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들 스스로 말했듯이 경제적 자립없이는 예속될 수밖에 없으며, 그 원리는 통일에서도 다를 것이 없다. 남한의 여론은 통일비용이 북한의 자립을 근본적으로 돕는데 투자돼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북한은 남한 쌀에 담긴 그 강력한 요구를 읽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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