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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합의문 공개부터(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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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합의문 공개부터(사설)

입력
1995.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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굶주리는 북한동포들에게 쌀 15만톤을 조건없이 무상으로 보내기로 한 정부의 결정을 크게 환영하면서도 마음 한쪽은 지극히 개운치 않은 것이 요즘 국민의 심경이다. 그것은 북한과의 협상, 합의, 그리고 인도방식에 대한 의구심 때문이다.개인간의 거래도 그렇지만 국가간에 도움을 주고 또 도움을 받을 때는 양쪽 모두 떳떳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정도다. 따라서 떳떳하게 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취지와 정신으로 합의, 실천하게 됐는 가를 분명히 밝힌다음 양측의 어느 기관을 대표로 하여 합의 서명하고 어떤 절차로 물품을 인수 인계한다는 것을 명문화하고 그 문서는 반드시 공개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에서는 이런 원칙과 과정을 볼 수 없는 것이다.

김영삼대통령이 내달중순 남북한이 대화를 갖고 쌀제공외에 전반적인 남북문제를 다루게 될 것이며 대남비방방송도 없어지고 피랍된 우성호도 돌아올 것이라고 밝힌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또 김정일이 권력을 승계하면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임을 시사하여 주목된다. 쌀지원이 남북간에 신뢰를 구축하는 계기가 되어 각 분야에 걸쳐 협력을 논의하게 된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스런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내용이 합의문이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천명되는 것은 아쉽기 짝이 없다.

이번 쌀합의는 몇가지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72년 7·4공동성명이후 남북간의 숱한 합의중 처음으로 합의문을 공개하지 않은 것과 서명의 당사자가 밝혀지지 않은 것, 그리고 북한이 합의사실마저 약속을 어기고 발표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삼대통령이 『국내재고량이 부족할 경우 외국에서 쌀을 수입해서라도 추가지원하겠다』고 한데 대해 당혹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도대체 국민은 남북한이 쌀지원과 관련, 정확하게 무엇을 합의했고 또 북한은 대남자세변화에 있어 무슨 다짐을 했는지 알길이 없다. 합의문이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훗날 북한이 약속을 어겼을 경우 무엇을 어겼는지도 알 수가 없게될 것이다.

정부는 하루속히 합의문을 발표해야한다. 그리고 추가지원은 북한의 성의있는 태도를 본뒤에 결정하는 것이 순서다. 쌀을 최대한 굶주리는 주민들에게 공급했는지, 또 남한의 인도적인 조치에도 불구하고 대남적화를 위해 선동·교란과 적대적 행위를 계속할 것인지를 주시한 뒤에야 추가지원에 나서야 한다.

저들의 뿌연 화해언질과 형식적인 대화재개만을 두고 보낼 수는 없다. 아무리 동포애라도 국민은 쌀이 김정일정권을 돕고, 저들의 대남적화전략수행에 이용되는 것은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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