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북과 관계개선 움직임 박차/중·러도 대북영향력 유지에 총력콸라룸푸르 경수로협상의 타결에 대북쌀지원이 성사되면서 한반도주변에는 그 어느 때보다 우호적인 해빙분위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본격적인 외교전이 개막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남북관계가 급한 물살을 탈 것임은 물론 북한의 개방을 둘러싼 미·일·중·러등 한반도 주변4강의 외교전이 조만간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견해이다. 우리정부의 기민한 외교적 대응이 그 어느때보다 요청되고 있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콸라룸푸르협상에서 핵심적 역할을 자임한데 이어 쌀지원협상에서도 주도권을 쥐고 북한에 대한 상대적 우위를 확인했다. 우리가 한국형경수로를 관철시키고 일본쌀에 우선해 우리쌀을 지원한다는 원칙을 유지한 것은 일단 우리의 외교적인 성과로 평가될 수 있다. 이는 한편으로 미국이나 일본등이 안보및 경제적인 이해관계에 입각해 우리 정부의 요구와 희망을 수용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물론 우리가 북한을 지원해주는 입장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남북관계가 우리에게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은 분명하다.
일본은 남북 협상이 타결되기가 무섭게 대북 쌀제공계획을 공식화하면서 북한과의 회담에 들어갔다. 또 무라야마 도미이치(촌산부시) 일총리까지 나서 북한과의 조기수교를 희망한다는 의사를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가장 큰 걸림돌로 인식되던 경수로협상이 타결됐기 때문에 쌀제공으로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더 이상 우리의 눈치를 보지 않고 수교를 추진해 나가겠다는 것이다. 일본은 나름대로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마지막 남은 전후처리 과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각 정파는 앞다퉈 공을 차지하려는 모습까지 보여주고 있다.
미국은 이미 북·미기본합의문의 틀 속에서 북·미간의 관계개선에 시동을 건 상태이고, 멀지않아 연락사무소 개설로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의 움직임은 또한 상호 경쟁적인 측면도 있어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 북·일, 북·미간 수교도 예상보다 훨씬 앞당겨질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한편으로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 행사를 짐짓 자제하는듯 하면서도 영향력 자체가 손상되는 것을 원치 않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의 장래에 응분의 역할을 해야한다는 점을 은연중 강조하고 있다.
러시아는 또 나름대로 우리와의 관계를 발전적으로 유지하기를 희망하면서도 북한에 대한 과거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같은 한반도 주변국의 복잡한 움직임은 우리가 냉전시대에 유지해 오던 외교적 지렛대를 더 이상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는 곧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주변국과의 정정당당한 외교전을 통해서 우리의 국익을 관철시켜야 하는 상황이 왔음을 의미한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이와 관련, 『분단상태에서 우리에게 기회는 항상 새로운 도전을 의미한다』고 말하고 있다.
이 경우 최대의 숙제는 북한의 궁극적인 태도변화를 유도해낼 수 있을만큼 우리가 외교력을 발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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