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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주부(장명수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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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와 주부(장명수칼럼)

입력
1995.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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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신문의 해외토픽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일본에서 아버지날(6월18일)을 맞아 직장남성 2천여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했는데, 『내세에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대답은 「새」였고, 그 다음은 「주부」였다고 한다.새가 되고 싶은 이유는 『자유롭게 훨훨 날고 싶다』는 것이고,주부가 되고 싶은 이유는 『세끼 밥을 공짜로 먹으면서 낮잠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인사, 승진, 인간관계등을 둘러싼 직장생활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하면 그런 대답을 했을까 동정이 가지만, 한편 그들의 오해가 우습기도 하다.

새가 되고 싶다는 것은 멋진 생각이다. 망망대해를 굽어보며 푸른 하늘로 힘차게 나는 갈매기를 상상하는 것만으로 우리는 어깻죽지가 시원해지는 해방감을 느낀다. 새들도 근심과 경쟁이 있겠지만, 새처럼 날기만 하는 꿈은 시원하고 자유롭다.

그러나 주부 팔자가 최고라는 생각은 아무래도 문제가 있다. 세끼 밥을 공짜로 먹고 낮잠이나 즐기며 살아가는 주부란 거의 없다. 아무리 편리한 가전제품들이 일손을 덜어준다 해도 한 가정을 이끈다는 것은 벅찬 노동이다. 하루종일 개미처럼 일해도 생색나는 일이 아니니 성취감을 느끼기 어렵고, 직장인 못지않은 스트레스가 쌓인다. 아이들까지 보살피는 엄마라면 낮잠 안자고는 버티기 힘든 격무다.

직장인들은 월급도 받고, 보너스도 받고, 일에 대한 성취감도 맛보고, 승진도 한다. 오래 일하면 부장도 되고, 중역도 되고, 사장이 되기도 된다. 사회적인 지위도 올라가고, 월급도 올라간다. 승진이 말처럼 쉬운 줄 아느냐고 묻겠지만, 그래도 직장인들은 주부에 비해서 스트레스를 푸는 여러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

그러나 주부는 월급도 못받고,보너스도 없다. 가사의 경제적 가치는 대개 파출부 일당을 기준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해도 직장인의 보상금과 비교가 안된다. 나이들면서 「어머니」에서 「할머니」가 될뿐 승진도 없다. 남편이 월급봉투를 몽땅 갖다 주고, 남편의 지위가 올라가면 아내의 지위도 함께 올라가는데 무슨 불평이냐고 반문하는 남자들이 있겠지만, 아내와 남편은 엄연히 다른 객체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남자들이 내세에 주부로 태어나기를 원하기는 아직 이르다. 주부의 조건이 더 나아지도록, 아내의 생이 더 행복해 지도록 많이 노력한 다음에 그런 소원을 빌어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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