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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석유사 「셸」/그린피스에 굴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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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석유사 「셸」/그린피스에 굴복

입력
1995.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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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저장시설 해저 폭파계획/“환경대재앙” 반대운동에 취소세계 최대 석유사의 하나인 셸이 20일 국제적 환경운동 단체인 그린피스와 유럽 각국의 반대 여론에 굴복, 낡은 해상 석유저장시설을 바다에서 그대로 폭파, 폐기시키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폐기 예정 시간을 불과 몇 시간 안남기고 내려진 이 결정으로 그린피스는 25년 역사상 최대의 승리를 쟁취했다. 유럽 언론들은 「다윗」 그린피스가 「골리앗」 셸을 이겼다고 표현하고 있다.

문제의 시설은 북해 유전 개발 초기인 지난 76년 바다에 설치된 20층 건물 높이의 석유탱크다. 셸은 이 낡은 시설을 바다에서 폭파해 가라앉히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환경에도 안전하다고 판단, 스코틀랜드에서 서쪽으로 2백50 떨어진 바다의 해저 2천지점에 폐기하기로 하고 영국 정부의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린피스는 지난 19년간 이 탱크 안에 모래, 금속, 자연방사능 물질 등이 쌓였기 때문에 이를 바다에 버리면 환경에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린피스 행동대원들은 이 시설주변에 감시선을 띄워 시위를 벌이는 한편, 유럽의 소비자들에게 셸 제품 불매를 촉구했다.

「그린피스 전사들의 영웅적 투쟁」을 TV로 지켜본 유럽의 소비자들은 그린피스에 동조했다. 그 바람에 1천7백개에 이르는 독일 내 셸주유소들은 지난 1주일간 수입이 30%나 떨어졌다.

셸은 결국 무릎을 꿇었다. 셸은 해양 폐기에는 1천8백만달러면 충분하고 안전한데 비해 육상 해체에는 7천5백만달러나 들고 환경 오염 위험도 몹시 크다며 해양 폐기의 정당성을 주장했지만 헛수고였다. 그린피스의 주장이 틀렸다고 말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제 그러한 질문에 대한 답변책임은 승리한 그린피스의 몫이다.<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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