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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빴던 협상 안팎/수량·서명주체 막판 한발씩 양보(남북 쌀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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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가빴던 협상 안팎/수량·서명주체 막판 한발씩 양보(남북 쌀타결)

입력
1995.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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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대좌에선 평행선 의견 대립/남측 명분·북측 실리얻어 접점21일 타결된 남북한 쌀협상은 쌀 수량과 합의문 서명주체를 놓고 양측이 한발씩 양보함으로써 명분과 실리를 상호 교환한 회담으로 일단 그 의의를 부여할 수 있다. 남측은 남북한당국자간의 합의를 통한 대북 쌀지원이라는 명분을 얻었고 북측은 15만톤을 제공받는다는 당초 목표를 관철하는 실리를 얻은 것이다.

지난 17일 첫대좌한 남북한 대표는 상대방의 첫 제안에 실망과 놀라움을 금치못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측 대표는 북한이 김일성 사망후 처음으로 남북한당국자간의 회담에 응했으면서도 이번 합의를 당국자간의 회담으로 할 수 없다는 입장을 못박고 나선데 놀랐고 북한측대표는 한국측이 북한에 제공할 쌀물량으로 5만톤을 제시한데 실망을 금치 못했다는 것이다.

북한측 대표인 전금철은 자신은 합의문에 서명할 수 없다고 하면서도 우리측에 15만톤을 요구했다. 이같은 물량은 우리측 비축물량 전체로 우리가 당장 제공할 수 있는 최대의 물량이었다. 북측의 제안에 대해 우리측은 2차로 10만톤을 추가 제공할 용의가 있다고 밝히는 한편 이번 합의를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대표가 서명한 형태로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북측대표인 전금철이 북한 정무원산하 대외경제위원회 부위원장의 자격으로 서명해야한다는 것이었다. 추가제공물량과 서명주체를 연계 시킨 것이다.

발표가 20일 새벽으로, 20일 하오로 계속 늦어진 것은 바로 서명주체를 둘러싼 논란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양측은 타협을 했다. 북측은 서명주체가 북한정부를 대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도록 양보를 하기에 이르렀고 우리측은 그 대가로 1차 제공물량을 북측요구대로 15만톤으로 늘리기로 한 것이다.

비공개된 합의문에는 전금철의 직책을 대외경제위의 위임을 받은 대외경제협력위원회 고문으로 명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외경제협력위원회 역시 정무원산하의 반관반민 단체이므로 결국 북한당국이 서명한 것이라는 것이 우리측이 수용한 북측의 논리이다. 나웅배 통일부총리가 서울에서 합의문 발표시 『이번 합의문은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당국자가 서명했다』고 밝힌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김정우가 미국과 경수로 협상을 벌일때는 대외경제위원회 위원장의 직함을 사용하고 한국의 기업인들을 상대할 때는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회 위원장의 직함을 사용했던 사실을 지적하면서 북한이 서명주체가 민간단체라고 대내선전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

◎환영·신중 교차 각계 반응/“막힌 남북길 뚫리는 계기돼야”/“이산문제 등 답보속 너무 양보” 지적도

남북한 쌀회담이 21일 베이징(북경)에서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각계각층의 국민들은 이를 환영하면서 분단50주년인 올해에 남북이 진정한 화합을 이루고 통일의 기운이 싹트는 계기가 되길 소망했다.

국민들은 예상과 달리 15만톤을 남측이 전량무상지원키로 합의한데 다소 놀랐지만 쌀제공은 경협차원이 아닌 순수한 민족동질성 차원에서 보아야할 것이라는 반응이었다. 대다수 농민들은 쌀지원이 정례화돼 농촌에 희망과 활력을 불어주는 계기가 되길 희망했다.

그러나 이북도민회등 일부에서는 북한이 이산가족 재회문제등 인도적 교류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있는 현재의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너무 양보한 게 아니냐는 반응도 보였다. 또 남북관계개선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오히려 북한의 전술에 말려들 우려가 있다는 조심스런 견해도 적지않았다.

서울대 하용철(외교학)교수는 『인도적인 차원에서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남북한 관계를 호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교수는 북한측이 7월 김정일의 주석취임을 앞두고 주민들에게 가시적인 「선물」을 제공하기 위해 경수로 협상과 연계해 남한 일본등에 쌀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조요한 경실련 통일협회이사장은 이번을 계기로 남북이 대립과 대결에서 벗어나 정상회담이나 총리급회담으로 이어지길 바랐다. 최종현 전경련회장은 남북 경협에 착실한 진전이 이뤄지길 기대했다.

김동완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KNCC) 총무는 『받는 사람이 부끄럽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대학생들도 쌀협상 타결을 김일성사망이후의 남북간 감정해소라는 측면에서 환영했다. 서울대 김태식 (법학4)총학생회장은 『쌀협상 타결은 장기적으로 남북대화와 교류의 물꼬를 트는 새 디딤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협상과정에서 국민적인 합의를 거치지 않은 것을 아쉬움으로 생각한다』는 반응이었다.

실향민들은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동포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쌀지원을 반기면서도 북한이 남북관계 개선에 진심으로 성의를 보이길 촉구했다. 김남호 이북도민회 중앙연합회사무총장은 『한마디로 착잡하다』며 『굶주린 동포에게 식량을 보내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산가족생사확인, 서신왕래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일방적으로 양보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회장은 또 『북한측이 하루빨리 당국자간 회담 테이블에 나와 구체적인 교류를 실현해 실향민의 50년 한이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남 마산시 농민후계자회 변종섭 회장은 『대북 쌀지원은 UR타결로 시름에 잠긴 우리 농민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을 수 있는 계기』라며『쌀 지원이 정례화돼 잉여미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되면 농민들이 벼농사를 포기않고 정성껏 농사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회담타결을 환영했다.<정리=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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