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연세대 마광수(43)교수 소설 「즐거운 사라」의 음란성 여부를 가려준 대법원 판결은 의미가 크다. 성의 홍수시대에 예술과 외설의 한계를 명확히 그어줬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지금까지 표현물의 음란성 여부를 도덕적 가치기준으로만 판단해 왔다. 지난해 문제가 됐던 연극 「미란다」의 경우도 현재 법원에 사건이 계류중이어서 판단이 유보된 상태다.대법원은 지난 16일 음란문서 제조·판매혐의로 기소된 마교수에게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소설은 주인공의 때와 장소·상대를 가리지 않는 다양한 성행위를 선정적 필치로 노골적이고 자극적으로 묘사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또 『그같은 묘사가 양적·질적으로 소설의 중추를 차지하고 있는데다 주로 독자의 호색적 흥미를 돋우기 위한 것임을 고려할 때 음란문서로 보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각종 영상·활자매체들을 통해 성적 표현이 대담·솔직하게 이뤄지고 있고 다양한 성표현물이 방임되고 있는 것이 일반적 추세라 하더라도 정상적인 성적 정서와 선량한 사회풍속을 침해하고 타락시키는 음란물까지 허용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외설의 한계를 설정한 판결이다.
미국에서도 음란물에 대한 시비는 심심찮게 벌어진다. 60년대 뉴욕에서 장기공연된 뮤지컬 「오 캘커타」의 외설성 논란에 대한 미국 사법당국의 대응방법은 진지하면서도 흥미롭다. 이 뮤지컬은 남녀배우 여러명이 알몸으로 군무를 펼쳐 관객을 끌었었다. 당시 외설 시비가 일자 경찰은 무대 양쪽에 경찰관 2명을 배치시켰다. 당국은 이들 경찰관들이 관찰한 결과 남자배우의 남성이 일어서면 이 작품을 외설물(OBSCENE MATERIAL)로 사법처리한다고 방침을 정했던 것. 외설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미국 사법당국의 진지함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다.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외설성·예술성은 전적으로 법원의 판결에 따라 결정된다. 시대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최근의 판결경향은 ▲평균적인 사람들의 호색적인 흥미를 자극하는 명백하고도 불쾌한 방법으로 성행위를 묘사했는가 ▲작품이 문학적·예술적·정치적·과학적 가치가 있는지가 관건이다. 이같은 준거에 따라 외설물로 판정되면 이는 수정헌법1조 표현의 자유의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번 판결로 소설 「즐거운 사라」에 대한 외설성 시비는 일단 끝났지만 모두가 표현의 자유의 소중함도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기획관리부장>기획관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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