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주체싸고 한때 고성… 밤새며 조율/대표들 내용함구 일관… 악수로만 마무리지난 17일부터 베이징(북경)에서 계속돼온 남북한 쌀회담은 회담개시 5일만인 21일 남북한대표가 양측의 합의내용을 확인함으로써 극적타결을 공식화했다.
북한의 김일성주석 사망후 첫 남북한 당국자회담인 이번 회담은 당초 이날 새벽2시로 예정됐던 합의문 발표가 16시간 이상 늦춰지는 우여곡절을 겪었으며 현지에서의 합의문 발표없이 남북한 대표가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합의사실을 확인하는 기묘한 절차로 끝마무리를 지었다.
○…남북한 쌀회담대표들은 21일 하오 베이징시내 샹그릴라호텔에서 합의문에 서명했으나 합의문내용에 대해서는 일체 함구로 일관했다. 합의문서명을 마친뒤 하오6시10분께 회담장인 이 호텔 24층 스위트룸에서 1층 로비로 내려온 한국측 수석대표인 이석채 재경원차관과 북한측 수석대표인 전금철 아태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은 서로 웃음을 머금은 채 손을 잡고 다정한 모습으로 걸어나와 회담결과에 만족해 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양측 수석대표들은 내외신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가운데 합의내용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이 시작되자 일체 답변을 거부했으며 로비에서 악수를 나누며 작별인사를 하는 것으로 기자회견을 대신했다.
긴장한 탓인지 다소 상기된 표정인 전수석대표는 일체의 대답없이 호텔앞에 대기중인 흰색벤츠 경A05868호에 탑승하면서 『다시 만납시다』라는 짤막한 말만 남기고 떠났다.
이석채 한국측 대표도 『김영삼 대통령의 결단으로 모든 문제가 원만하게 타결됐다』며 『일체의 발표는 서울에서 하기로 했으며 남북대표자간에는 발표를 않기로 했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오늘 저녁 서울로 돌아간다고 말한 이차관은 『북쪽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에서 모든 문제에 접근했으며 서로를 존중했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질문공세가 계속되자 『원만하게 타결됐다』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회담장까지 쫓아 올라간 기자들을 공안들을 내세워 접근을 차단하고 인터뷰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20일밤 쌀회담 결과를 발표하겠다고 해프닝을 연출했던 남북대표들은 이날도 하오4시, 하오5시등 계속해서 타결사실 확인을 지연해 기자들을 긴장시켰다. 회담이 열린 샹그릴라호텔 로비에는 하오 3시께부터 AP등 외신기자 1백여명이 진을 치고 회담결과를 기다렸으나 양측대표 모두 내용공개 없이 악수만하고 헤어지자 닭쫓던 개모양으로 당황한 모습들. 특히 이날 하오 양측 수석대표들이 합의내용에 대해 전혀 밝히지 않은채 자리를 뜨자 내외신 기자들은 양측 수석대표를 쫓아다니며 합의사실을 확인하는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에앞서 북측대표들은 서명 예정시간보다 한시간 이상이 지난 이날 하오 5시20분께 흰색벤츠등 2대의 승용차에 8명이 나눠타고 샹그릴라호텔에 도착, 로비에 있던 취재진을 피해 호텔 옆문을 통해 24층 회담장으로 올라가는등 끝까지 보안에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전수석대표등 북측대표들이 타고온 벤츠승용차는 이번 쌀회담이 시작되기 전부터 준비작업에 깊숙이 간여해온 것으로 알려진 중국의 이름난 조선족 거부인 최수진 중국 흑룡강성 민족경제개발총공사 사장이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쌀회담은 협상과정에서 제공될 쌀의 규모, 합의문에 서명하는 주체문제, 발표장소등에 이견이 생겨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특히 20일밤 마지막 조율과정에서는 합의문건상의 주체를 대한민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할것이냐의 여부를 놓고 상호 언성이 높아져 문안작성이 중단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국측은 쌀의 양과 제공되는 쌀부대의 원산지 표시등을 양보했고 북한측은 서명주체를 양보해 타결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베이징=송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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