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우슈비츠」 그린 현대만화의 고전미 전위만화가 아트 슈피겔만의 장편만화 「쥐」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인 아버지의 경험을 생생히 그려낸 일종의 회고록. 지난 87년 발표된 이후 엄청난 대중적인 성공과 함께 전세계의 언론, 비평가들로부터 감동적이며 탁월한 예술작품이라는 극찬을 받고있는 현대 만화의 고전이다.
「쥐(원제:MOUS)」는 유태인을 쥐로 형상화한 까닭에 붙여진 제목이며 부제는 「한 생존자의 이야기」. 유태인 대학살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작가는 특유의 익살을 살려 독특한 이중화법으로 다루고 있다. 처음에는 다소 골치아픈 이야기가 아닐까 망설이던 독자도 일단 슈피겔만의 화법에 말려들면 책을 놓을 수 없다.
만화의 대부분의 지면은 아우슈비츠에 대한 아버지의 회상으로 채워지지만 작가와 아버지와의 관계도 이야기의 중요한 축이다. 아우슈비츠에서 아버지가 겪은 일은 참혹하다. 나치 유태인 탄압의 희생자인 아버지는 구두쇠이고 인종차별주의자이다. 어린 아트 슈피겔만은 아버지를 좋아하지 않지만 아버지의 끔찍한 과거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이 작품은 작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그래서 만화의 주인공도 만화가이며 아버지, 부인의 이름도 실명을 썼다.
전위만화가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아트 슈피겔만은 철저한 실험정신과 작가정신으로 다양한 표현방법과 치밀한 상징을 사용했다.
유태인은 쥐로, 나치는 고양이로, 폴란드인은 돼지로, 미국인은 개로 그린 것도 나름의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작가 자신의 모습은 죄수복을 입은 인간의 모습, 쥐의 모습, 쥐의 가면을 쓴 모습, 때로는 어린 아이의 모습으로 표현된다. 92년 퓰리처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도서출판 아름드리를 통해 국내에서도 출판됐다.<김경화 기자>김경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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