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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들이 본 오늘의 문명상황/유홍준(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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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예들이 본 오늘의 문명상황/유홍준(특별기고)

입력
1995.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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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한국일보 청년작가초대전의 의의/탈장르와 문명상황에 대한 도전/젊은 작가의 아우성치는 조형언어한국일보사가 오랜 침묵을 깨고 새로운 「미술대전」을 창설했다. 1970년에 개막된 한국미술대상전이 7년동안 지속되다 폐막한 때가 1976년이니 근 20년만의 재창설인 셈이다.

돌이켜 보건대 한국미술대상전이 우리 미술계에 끼친 영향은 대단히 유력하고 신선한 것이었다. 배동환 여운등 지금 미술계의 여러 중견작가들이 이 전시회를 통해 스타로 부상했으며 1970년 제1회전때 미국으로 건너간 수화 김환기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명작으로 대상을 받은 것은 하나의 미술사적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그러한 한국미술대상전이 7년만에 막을 내리게 된 것에 대해 미술계 일각에서는 단명이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만물이 자기 소임을 다하면 사라질 수 밖에 없음을 생각할 때 그것은 추하게 늙지 않는 용단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그리고 지난 20년동안 우리 미술계는 어느 분야 못지 않게 많이 변했다. 변했을 뿐만 아니라 양과 질 모든 면에서 놀라운 자기성장을 보여주었다. 70년대만 하더라도 미술계는 아주 작았다. 미술계의 동향이라고 해본들 어느 작가가 화실에서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을 정도로 뻔했다.

그러나 오늘날은 사정이 다르다. 이전같으면 1년간 열릴 전시회가 요즘은 한달사이에 개최될 정도이다. 이제는 개최된 전시회를 모두 본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게 됐다.

미술계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정보의 홍수 속에, 또는 정리되지 않은 가치질서 속에 미술가와 전시회를 대할 수 밖에 없게 됐다. 득명한 작가들의 세계야 크게 놓칠 일 없고, 새로 등단하는 신인은 공모전을 통해 웬만큼 파악되지만 정작 우리들이 주목하고 싶은 신세대의 주역으로서 그 예술세계를 인정받아 화단의 중견으로 발돋움하는 중간세대의 동향과 평가를 알아차리기 힘들게 됐다. 한국일보사가 새로 제정한 청년작가초대전은 그런 의미에서 아주 시의적절한 것이었으며, 전년도 개인전을 기초로 초대작가를 선정한 것은 공모전과 초대전의 중간형태로 작업량까지 감안한 참신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제1회 전시회에 초대된 25명의 면면을 보면 그간 미술계에서 주목받아온 신예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결과를 낳았다. 초대전이 의도한 목표에 걸맞는 작가선정이었다는 생각이다.

이들이 보여주는 조형세계와 예술의지는 최근 국내외 미술계에서 일어난 탈장르의 해체론과 문명상황에 대한 즉발적 도전, 그리고 이미지의 변주에 의한 작가발언의 확대등으로 요약될 수 있다. 어느 작가이든 그가 추구하는 이미지는 강렬하고 색채는 원색 아니면 흑백이라 할 정도로 중간톤이 무시되고 차분한 서정이나 관조의 자세가 아니라 거의 아우성에 가까운 조형발언이라는 공통점이 보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미술평론가라는 「제일의 관객」으로서 작가를 대변하여 모든 관객들에게 이 난폭한 조형언어가 지닌 저간의 사정과 의미를 이해해주시라는 부탁의 말을 올린다. 지금 이 작가들이 보여준 조형언어는 결코 X세대의 중얼거림이 아니라 40세전후, 자기감정을 앞가림하고 있는 중견의 목소리라는 사실을 확실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면서.

좋든 싫든 세상은 많이 변했고 그 변화된 상황에 반응하는 미술도 전과 같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신예들의 시각을 통해 우리의 문명상황을 읽어보게 되며, 또 이들과는 다른 시각의 신예들을 내년도 제2회 초대전에서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미술평론가·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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