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기·강수연 등 10명도 안돼 “제작지연 일쑤”/기획자체 취소도… 과감한 신인발탁등 필요영화계의 주연배우난이 심각한 상황이다. 영화만을 전업으로 하는 배우가 거의 없을 뿐만아니라 감독이나 제작자가 원하는 주연급 배우는 남녀를 통틀어 열 명이 채 안될만큼 배우층이 얇다. 남자배우로는 안성기 최민수 한석규 문성근 이경영 정도이며 여자배우는 강수연과 최진실 심혜진이 고작이다.
때문에 제작자는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면서도 이들 흥행배우를 캐스팅하지 못해 안달이다. 기획을 끝내 놓고도 배우의 스케줄이 비기를 기다리느라 무한정 제작이 지연되는 영화도 허다하다. 아예 기획 자체가 취소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강정수 감독이 2번째 작품으로 준비하고 있는 「리허설」은 남자배우 최민수의 상대역을 구하지 못해 6개월째 제작이 늦춰지고 있다. 강제규감독의 데뷔작인 「은행나무 침대」는 한석규와 심혜진 진희경으로 진용을 짜기까지 반년 가까이 시간을 허비해야 했다.
대마초사건으로 곤욕을 치른 박중훈이 아직 일반의 인식이 호전되기도 전에 영화 「총잡이」에 캐스팅돼 앞당겨 면죄부를 받은 것도 영화계의 배우난이 가장 큰 요인이 됐다.
「구미호」의 박헌수감독이 만드는 「나 진짜 사나이」는 일찍이 남자 주인공을 권해효로 정해 놓고도 여배우를 구하지 못해 영화제작이 지연되고 있으며 「3인조」는 한석규 등과 출연교섭을 벌였으나 스케줄이 맞지 않아 역시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 음악영화 「로큰롤 갱」은 최민수와 문성근을 캐스팅하는데 실패해 기획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있다.
이처럼 배우난이 심각해진데에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다. 영화계가 오랜 불황을 겪는 사이에 좋은 인력이 타 분야로 빠져나가 배우층이 얇아졌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최근에는 또 로맨틱코미디 장르가 붐을 이루면서 코믹연기가 가능한 몇몇 배우에 수요가 몰리고 있다는 점도 배우기근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쉽게 인기를 얻을 수 있는 TV탤런트와 CF모델을 선호하는 배우들의 양식에도 문제는 있다. 또 간판배우의 얼굴만으로 흥행을 노리려는 제작사의 얄팍한 상혼도 한 몫 하고 있다.
영화계에서는 이같은 기형적인 배우기근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영화인들의 인식이 새로워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제작자나 감독은 과감하게 신인을 발굴해 작품성으로 승부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하며 제작사들이 연대해 신인배우를 양성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김경희 기자>김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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