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타적 우위 고수속 타국엔 확산방지 압력/금지조약 등 먹구름… 비난거세클린턴 미행정부의 핵실험재개 의사표명은 배타적인 핵우위를 유지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적인 핵확산을 방지해보려는 미국의 딜레마와 이율배반성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핵실험재개문제는 미행정부내 전문가들간에도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 일으켜온 민감한 사안이다. 언론보도에 의하면 미국방부와 로스 알라모스 핵연구소의 노장파 학자들은 핵실험 재개에 찬성하고 있으나 에너지부와 군축국등의 소장파 전문가들은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윌리엄 페리 국방장관은 핵실험 재개여부에 관한 최종 결정이 1∼2주이내에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미국의 핵실험 재개발표는 그의 예상보다 다소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 클린턴행정부에 핵문제를 자문해온 저명한 핵물리학자들이 내달말께 이 문제에 관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인데다 프랑스의 핵실험 재개발표로 들끓는 국제여론이 가라앉을 때까지 발표를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의 핵실험 재개방침은 기정사실로 굳어진 것같다. 진행중인 논쟁의 초점은 핵실험의 규모다.
클린턴행정부의 기본입장은 내년 체결을 목표로 하고있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하에서도 TNT 4파운드(약1.8㎏)이하의 소규모 핵실험은 예외로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방부측이 위력과 안전도등을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TNT 3백∼5백톤 규모의 실험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45년 히로시마(광도)에 투하됐던 원폭은 TNT 1만4천톤급이었다.
그러나 핵실험 반대론자들은 미국방부측의 이같은 주장을 「미니핵」으로 불리는 신형 핵무기 개발을 위해 핵실험을 계속하려는 핑계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있다. 페리 국방장관은 미국이 1백∼2백톤 규모의 핵실험을 실시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음을 시사했다.
미국의 핵실험 재개는 다른 핵보유국들의 핵실험을 부채질하게 되고 비핵보유국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 CTBT의 협상전망을 어둡게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또 워싱턴이 지금까지 취해온 핵확산방지 캠페인과 모순되는 조치임이 분명하다. 특히 핵보유국들이 지난달 핵확산금지조약(NPT)무기연장 합의문 서명당시 공표한 핵실험금지 약속에 정면으로 위배된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등 핵보유국들은 지난달 11일 NPT 무기연장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핵실험 최대한 자제」를 담보로 비핵보유국들을 설득한 바 있다. 그러나 5대 핵보유국중 하나인 중국은 NPT 무기연장 합의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핵실험을 실시했다. 여기에 프랑스가 핵실험 재개를 발표한데 이어 미국마저 가세하게 되면 영국과 러시아만 남게 되는 셈이다.
미국의 핵실험 재개는「5대 핵클럽」의 선두에서 NPT 및 CTBT를 추구하는 미국의 저의를 의심케하는 동시에 잠재적 핵개발국들의 핵보유 의욕을 한층 부채질할 우려가 짙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있다.<워싱턴=이상석 특파원>워싱턴=이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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