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7 반응냉담… 정상외교 참담한 실패/“테러와 타협” 국내정적들은 불신임계획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캐나다 핼리팩스에서 개최된 서방선진 7개국(G7) 정상회담을 겨냥해 일으킨 체첸게릴라들의 부덴노프스크 인질사태로 보리스 옐친 러시아대통령이 정치적 곤궁에 빠졌다. 러시아정부는 18일 게릴라들이 인질 석방의 전제로 제시한 체첸에서의 군사행동중지 요구를 수락함에 따라 인질사태는 최악의 파국위기는 넘겼으나 그 파문은 지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옐친이 캐나다 핼리팩스 G7 정상회담에서 받은 대접은 수모에 가깝다. 옐친은 이번 사태를 체첸 지도자 두다예프가 이끄는 「범죄집단」의 테러행위로 규정, 정상회담의 정치토의중 주요이슈인 국제테러문제에 연계시키려 했으나 빌 클린턴 미대통령등 서방측 정상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G7 지도자들은 이번사태가 테러행위라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러시아가 그동안 체첸 침공과정에서 보인 인권침해등을 지적, 무력이 아닌 평화적인 방법으로 체첸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더구나 G7 정상회담 참석전에 이번 사태를 조기수습하고자 두차례 무리한 무력진압책을 강행하다 실패해 국제적망신만을 초래한 셈이다. 이어 G7 폐막일 채택된 의장성명에도 체첸사태의 평화적 해결 촉구안이 언급될 정도로 옐친의 정상외교는 실패로 끝났다. 러시아가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조건을 감수하며 사태를 종결시키려한 한 이같은 국제적 압력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적으로 입은 정치적 타격도 막대하다. 첫째 체첸 게릴라들이 부덴노프스크까지 아무런 제재를 받지않고 침입하여 테러행위를 저질렀다는 점에서 심각한 치안부재현상을 노출했다. 게릴라 지도자 샤밀 바사예프는 현지까지 오는 동안 러시아 검문소 관계자들을 매수해 무사 통과했다고 밝히는가 하면 자신들의 목표는 모스크바였다고 공공연히 떠들어 민심을 불안에 떨게했다. 옐친의 비상대처 능력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다.
두번째는 범죄집단과는 절대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옐친의 거듭된 발언에도 불구, 인질석방을 위해 빅토르 체르노미르딘 총리가 직접 나서 체첸에서의 군사행동 중지를 약속한 것이다. 이후의 사태 발전은 좀더 시간을 두고 봐야할 것이지만 옐친과 체첸침공을 주도한 크렘린궁 강경파들은 이번 사태로 그동안의 대의명분이 훼손됐음은 물론 체첸측에 양보를 함으로써 체첸 침공이전보다 정치적으로 더욱 부담을 갖게 됐다. 특히 테러행위와는 절대 타협할 수 없다는 원칙을 고수하지 못해 이번 사태가 나쁜 전례를 만들 수 있어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그의 정적들은 이를 빌미 삼아 정부불신임안을 21일 제출하겠다는등 정치적 공세를 강화시켜 나가고 있다.
그러나 옐친측이 러시아연방 해체의 「도미노」로 여겨지는 체첸의 독립을 절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옐친의 대체첸 강경책은 크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모스크바=이장훈 특파원>모스크바=이장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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