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종의 지방선거를 동시에 실시하는 통합선거가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선거는 본격적인 지방자치시대를 여는 필수적인 정치적 절차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방식의 선거가 한국의 선거사상 첫 경험이기 때문에 그 성공적 실시여부에 깊은 국민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선거관리가 이루어지고 능력과 양식이 있는 인물이 당선되기를 바랄 따름이다. 입후보자와 유권자의 신뢰관계, 그리고 선거관리당국과 유권자와의 신뢰관계의 형성이 그러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전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신뢰관계의 형성은 필연적으로 입후보자와 선거관리당국의 신뢰관계의 형성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는 유권자의 성숙성이 최대한으로 발휘됨으로써 목적에 부합한 결과를 창출하게 될 것으로 믿는다.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개인적 성향과 선택이 다양화함에 따라 민주주의의 의사결정방식인 다수결에의 도달이 용이하지 않고 그 의의 역시 희석되고 있기 때문에 민주주의에 대한 재해석이 필요하게 됐다는 뜻의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사회적 경향이 이럴수록 더욱 선거에 있어서는 입후보자의 자질과 자세, 그리고 엄정한 선거관리에 의해서만 최선의 결과를 얻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입후보자들에 대한 유권자의 신뢰, 그리고 선거관리당국(선거의 모든 절차를 포함해서)에 대한 신뢰성 여하가 신뢰받을 수 있는 선거결과 실현여부의 관건이 된다.
이번 실시될 4대선거에서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입후보의 난립상을 보이고 있다. 난립이 심할수록 일반적으로는 당선자의 득표율이 떨어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낮은 득표율의 당선자는 더욱 자질이 뛰어나야만 낮은 득표율을 자신의 자질에 의해서 대충할 수가 있을 것이다. 당선되려고 입후보한 것인 만큼 득표를 위해서 아전인수의 변을 토로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이럴 때 이것이 정치라는 것인가, 선거라는 것인가, 일말의 회의를 느껴보게 되기도 한다.
입후보자들은 대부분 자신의 학력, 경력, 전문성, 지연등을 내세우며 자신이 가장 적격자임을 강조하고 호소한다. 비록 주관적으로 제시되는 자기변호적인 것일지라도, 그 신빙성 여부는 유권자의 감각과 판단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나, 어쨌든 유권자에게 일련의 판단자료서의 뜻을 가질 것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입후보자들이 제공하는 여러가지 자료 밑에는 반드시 진지성이 깔려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이 진지성이 깔릴 때 비로소 입후보자와 유권자사이에는 신뢰관계가 형성된다.
입후보자와 유권자는 대부분 초면의 관계이다. 초면이기 때문에 입후보자에 대한 평가가 용이하지 않고 자연 선전자료에 의존하게 되기 쉽다. 입후보자는 유권자를 자신을 모르는 초면의 사람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허상과 실상, 장점과 단점을 익히 잘 아는 사람들로 간주하고 그 앞에서 양심에 의해서 거리낌없는 자세로 자신의 소신을 밝혀야 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진지성이라고 본다. 선량이란 선발된 출중한 인사라는 뜻이 될 터인즉, 당선된 경우 진정한 선량일 수 있는 면모와 진지성을 투표에 앞서 보여 주어야만 할 것이다.
각급 선거관리위원회를 비롯한 선거관리당국은 이번 선거가 선거사상 초유의 복잡한 형식으로 치러지는 것인 만큼 그 절차와 시행에 하자가 없는 공명선거의 실현을 위해 종전의 다른 선거와는 또 다른 노력이 있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네 가지 선거에 대한 각각의 의의에 대한 설명, 입후보자들에 대한 객관적 소개, 투표절차에 대한 간명한 해설등 각별한 홍보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무효표나, 유효표이지만 투표의 복잡성으로 말미암은 착오표등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한 세심한 유의가 있어야 할 듯하다. 이 표들은 유권자들의 선택의사는 있으되 유효하지는 않기 때문에 그만큼 선거의 의의를 희석시킬 우려가 있다.
끝으로 의사결정, 그리고 투표의 주체는 어디까지나 유권자인 만큼, 궁극적으로는 무엇보다도 유권자의 성숙한 판단에 기대할 수 밖에 없다. 지방자치는 선진국, 그리고 민주주의국가의 장식물이며, 그에 따른 선거는 그 부대품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된다. 진정한 지방자치는 그것이 지역과 국가발전을 아울러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다. 이번 각종 지방선거에서 적격자가 선출되지 않는 경우 당선자 자신의 욕구충족이라는 개인가치는 클지 모르나 지방발전, 국가발전을 위한 기여라는 사회가치는 작아질 수 밖에 없다.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에 의해서 지방자치시대가 체통있고 화려하게 개막되기를 바랄 따름이다.<전국무총리·학술원회원>전국무총리·학술원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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