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특혜」 규정 걸림돌 안된다”/정부미 등 쌀수출국 시장규모커져 더 이익될수도/교류 물꼬텄지만 본격화 미지수베이징(북경)에서 열리고 있는 남북한간의 쌀 회담이 거의 마무리됨에 따라 일반의 관심은 크게 두가지에 집중되고 있다. 하나는 실제로 북한에 쌀을 제공할 때 국제적으로 별문제가 없을 것이냐는 점이고 또 하나는 이번 회담이 앞으로 남북간 경협 및 교류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이냐는 점이다.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북한에 쌀을 제공하는 것은 국내외적으로 별 문제가 없으며 이번 회담이 곧 바로 남북대화나 교류의 활성화를 가져오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정부는 이 문제가 표면화하기 시작한 약 3주전부터 재정경제원이 중심이 되어 북한의 쌀사정과 우리가 제공할 수 있는 규모 및 운송수단, 국내외에 미치는 영향, 세계무역기구(WTO)등 국제기구의 반응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검토해 왔다. 재경원관계자는 『앞으로 각 부처가 맡아서 해야 할 일등 구체적인 사항까지 이미 검토가 끝난 상태』라고 밝혔다.
북한으로의 쌀 제공에 대해 정부는 유·무상 여부에 관계없이 민족내부간 거래로 보고 있으나 미국등 일부 쌀 수출국가들은 WTO나 세계식량농업기구(FAO)의 규정등을 들어 이에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WTO는 같은 품목에 대해 특정한 국가에 관세를 물리지 않는등 최혜국대우를 하거나 수출보조금등 직·간접적인 지원을 금지하고 있고 농업협정을 통해 이러한 특혜를 주려고 할 때에는 관련 국가들과 사전에 협의토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이같은 WTO 규정이 제기되기는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북한이 다른 나라에서 쌀을 사들일 외화가 부족한 상태에서 한국이 북한에 쌀을 제공하는 것은 미국등 쌀 수출국의 이해관계와 어긋나지 않을뿐 아니라 오히려 쌀 수출국에게는 더 이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이 북한에 쌀을 제공하면 이들 나라의 쌀 수요는 제공한 규모만큼은 아니더라도 예전보다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수출국의 입장에서는 시장규모가 커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또 민족내부간 거래냐 아니냐에 대한 입증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WTO측의 책임이어서 실무적으로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지난 91년 천지무역상사가 북한측에 5천톤의 쌀을 제공했을 때에도 미국측이 비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했으나 그냥 넘어갔다. 또 FAO는 잉여농산물 처리원칙에서 쌀등 농산물을 국제교역조건보다 유리하게 특정국가와 거래할 경우 주요 수출국과 사전협의를 거치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우리가 잉여농산물 처리원칙에 정식 가입하지 않은 옵서버이므로 별다른 문제는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번 회담으로 앞으로 남북간 교류나 경협등이 활성화할 가능성은 있지만 곧 바로 본격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 정부의 기본 시각이다. 일단 물꼬를 텃지만 물이 계속 흐를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재경원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쌀 문제 그 자체뿐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며 『정부가 이미 쌀 제공에는 아무런 조건이 없음을 강조했고 북한의 요청대로 우리측 대표가 비밀리에 베이징에 갔다는 점등이 이를 뒷받침 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장 남북경협등이 본격화하리라고는 예상하지 않고 있다』며 『그러나 김정일의 권력승계후 본격화할 것에 대비한 기초단계로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이상호 기자>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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