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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표정/“취재진 따돌리기” 극비 대좌(남북 쌀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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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경 표정/“취재진 따돌리기” 극비 대좌(남북 쌀회담)

입력
1995.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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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회담장 3번이나 옮겨/“합의문서명 귀국” 한때 소동도베이징(북경)의 남북한 쌀회담은 정부당국자간의 대좌 이틀만인 18일 남측이 제공할 쌀의 수량, 인도방식등 세부적인 문제에까지 합의를 도출, 사실상 회담을 종결지었다. 우리정부의 한 소식통은 이날 상오 우리측의 입장은 빨리 회담을 끝내겠다는 것이라고 밝혀 이날 중 대체적 합의가 이루어질 것임을 미리 예고했다.

이같은 속전속결은 예비실무접촉에서 구체적인 사전조율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다른 소식통은 이날 회담에서 쌀의 인도방식과 관련해 우리측이 판문점을 통한 육로전달 방식을 제시했으나 북한측은 남포 원산등을 통한 해상 전달방식을 고집, 결국 해로를 통해 전달하기로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남북한 대표들은 이날 상오 전날밤부터 새벽까지 철야회담을 벌였던 샹그릴라 호텔에서 일제히 종적을 감추었다. 이어 하오 한때는 대표단이 합의문에 서명까지 끝내고 귀국했다는 소문이 퍼져 취재진들이 이를 확인하느라 베이징의 5성급 호텔 20여곳에 일일이 전화를 걸어 확인하는 소동을 벌였다.

○…취재진들이 차관급 회담 첫날인 17일 회담을 벌이는 장소마다 나타나 취재를 벌이자 북한측은 회담을 못하겠다고 크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중한국대사관은 북한 대표단의 이같은 반발을 고려, 취재진들이 일정장소에 대기하고 있으면 회담진행상황을 나중에 브리핑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대사관의 한 관계자는 『이번 쌀회담의 보고체계는 횡적연결이 전혀 없는 종적인 것이어서 사실은 브리핑도 어렵다』며 곤혹스런 표정. 황병태 대사를 비롯한 공관원 대부분은 이날 공관에 출근하지 않은 채 휴일을 보내 이번 회담에서 완전히 소외된 인상이다.

○…이석채 재정경제원차관과 북한의 전금철 아태 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각각 대표로 한 남북한 대표단은 첫번째 본회담을 17일 하오 베이징반띠엔(북경반점)에서 가진데이어 이날 밤에는 베이징 북서쪽 외곽에 위치한 샹그릴라호텔로 장소를 옮겨 철야로 2차회담을 진행시켜 양측 모두 조기에 합의를 이끌어내려는 생각임을 엿볼 수 있게 했다.

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측은 예비접촉과정에서 다다익선을 내세우며 일본이 제공할 수준인 20만∼30만톤을 요구했으나 차관급 회담에 들어서면서 15만톤으로 요청규모가 줄어들었다.

○…17일 하오 북경반점에서 있은 양측의 첫 대면은 「상견례」를 겸한 첫 대좌라는 점을 의식한듯 때마침 비가 내리는 베이징의 날씨와 서울, 평양의 더위등을 화제로 가벼운 환담을 나눈 뒤 쌀제공과 관련한 상호 원칙적인 입장을 확인하는 「탐색전」으로 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 『양측은 쉬운 문제부터 단계적으로 풀어나가되 가능한 한 이른 시간내에 회담을 끝내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귀띔했다.

○…이번 쌀회담과 관련, 한국측은 북한측의 요구를 수용, 협상자체를 극비에 부쳐 17일 대표단은 도쿄(동경)와 홍콩등 제3국을 거쳐 베이징에 도착했고 회담장소도 예비회담은 지엔궈반띠엔(건국반점), 첫 본회담은 북경반점, 저녁회담은 샹그릴라 호텔등 하룻동안에 회담장을 3번이나 옮겼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

◎일본의 입장/북한 시각 변화에 일정부차원 호응 모색

베이징(북경)에서 열린 남북한 차관급회담에서 북한에 대한 한국쌀제공문제가 사실상 합의단계에 이르자 일본은 빠르면 금주중이라도 30만톤의 잉여미를 북한에 원조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일본외무성의 한 관계자는 18일 『한국쌀의 원조가 선행돼야 한다는 한국측의 요청이 사실상 충족된만큼 일본도 빠른 시일안에 북한에 쌀을 보내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한국쌀을 받기로 원칙적인 입장을 정한데 대해 전문가들사이에선 『식량사정이 체면을 돌볼수 없을정도로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관측도 있으나 외무성측은 북한외교정책의 변화로 파악하고 있다. 북한이 최근 경수로문제와 관련, 한국형의 제공을 사실상 인정한점이나 일본과의 국교정상화교섭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것등은 김정일체제로의 이행에 앞서 미일과의 관계는 물론 남북관계에서도 유화정책으로 전환함으로써 국가적인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은 북한의 이같은 움직임에 호응한다는 입장에서 지금까지 검토해왔던 민간차원의 지원 대신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하는등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일본은 외국에서 수입한 잉여미란 점에서 금주중엔 세계무역기구(WTO)의 허가를 얻는 한편 주초에 국제무역촉진위원회 간부등 북한의 실무대표단을 초청, 쌀선적과 관련한 구체적인 협의를 가질 계획이다. 일본측은 공여형태를 대여로 할것인지 아니면 무상원조로 할것인지등에 대해서도 북한측의 의사를 타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그러나 북한에 공급하는 쌀이 군사용으로 전용되는 것을 막기위해 사전에 「쌀을 군대용의 비축미로 사용치 않는다」는 내용을 합의문서에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북한에서는 식량난때문에 군사용의 비축미를 방출한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방출한 군사용비축미의 보충을 위해 일본에 쌀원조를 요청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정부는 일본쌀이 군사용으로 이용되지 않는다는 북한측의 보장을 원조조건의 최우선순위로 삼고있다.<도쿄=이재무 특파원>

◎남북 쌀협상 두주역/84년 북쌀수용 주도적 역할/남 이석채

베이징(북경) 남북한 쌀협상의 정부대표로 참석한 이석채(50)재정경제원 차관은 해박한 지식과 막힘없는 말솜씨, 뛰어난 업무추진력으로 관가에서 정평이 나 있는 경제기획원출신의 정통 경제관료.

이차관은 반대론자를 설득시키는 논리개발의 귀재인데다 농림수산부 차관시절 쌀과 인연을 맺었고 현재 남북경제공동위원회 한국측 위원장을 맡고 있는 것이 이번 협상주역으로 발탁된 배경. 청와대 경제비서관시절(84년 수해시)에도 우리가 북한으로부터 쌀을 받는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이차관은 한이헌 청와대경제수석과 서울대상대 및 행정고시(7회) 동기로 대학시절에는 학생회장을 지냈다.

경북 성주에서 출생한 그는 사무관시절 미국 보스턴대학에서 경제학박사학위를 받은 학구파이기도 하다. 부인 문경제씨와 2남.

◎남북 쌀협상 두주역/남북관계 전문가 「통일일꾼」/북 전금철

베이징 남북 쌀교역협상의 북한측 대표 전금철(60)은 북한에서 대남전략 수립및 남북대화 1급전문가로 통하는 인물이다.

10여명으로 알려진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 가운데 실무적으로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대내외적으로 유명한 「통일일꾼」으로 알려져있다.

전은 72년 11월 3차 남북적십자회담 당시 북측대변인을 거쳐 남북조절위 간사 대변인을 역임했고 85년과 88년 남북국회회담 예비접촉단장에 이어 90년 범민족대회 준비단장으로 임명돼 이 대회를 사실상 주도했다.

함경북도 청진 출생으로 만주 용정 대성중학을 중퇴하고 광산노동자로 일하다 47년 김일성대학에 입학해 철학을 전공했고 정치경제학박사학위를 받았다. 78년 당 중앙위 대남비서참사실에서 일하다 81년 노동당 외곽단체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으며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직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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