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대표하는 음식문화는 패스트 푸드와 스낵 푸드다. 패스트 푸드는 햄버거처럼 간편하고 빠르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고 스낵 푸드는 식간에 먹는 군것질 음식이다. 패스트 푸드는 우리도 굳이 번역하지 않고 쓸 정도로 일반화한 단어이지만 스낵 푸드는 미국에서조차 이론이 있는 명칭이다.군것질을 두고 미국의 제과업계는 굳이 스낵 푸드라는 이름을 고집한다. 다소 느슨하긴 하되 「칼로리는 높고 영양가는 낮은 음식」이란 정의까지 내려놓고 있다. 그렇지만 일상에서 쓰이는 비슷한 뜻의 단어는 「정크 푸드」(Junk Food)다. 고철이나 넝마 같은 잡동사니를 지칭하는 「정크」에 「음식」을 결합시킨 단어다. 미국의 제과업계가 스낵 푸드란 단어에 매달리는 이유를 짐작할만 하다.
스낵 중에서도 감자 칩·팝콘·치즈 튀김·옥수수 칩 같은 짭짜름한 종류가 가장 잘 팔린다. 지난해 미국인들이 먹어치운 소금기있는 스낵만해도 무려 1백50억달러(약12조원)어치였다. 양으로 따지면 1인당으로 10㎏ 가까이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군것질 소비가 늘어날수록 그에대한 「죄의식」도 함께 커진다는 점이다. 모 조사기관이 미국인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여론조사에서 세금을 떼먹거나 친구에게 거짓말하는 것보다 군것질 행위에서 더많은 죄책감을 느낀다고 응답한 사람이 각기 11%, 12%나 됐다.
미국인들의 군것질 탐닉은 역사적으로 나름의 연원이 있다고 학자들은 말한다. 19세기 이래 미국인들의 음식을 빨리 먹어치우는 습성은 유명했고, 그것이 패스트 푸드와 정크 푸드로 정형화했다는 것이다. 사회적·문화적으로도 군것질은 미국인들의 정체성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한다.
값싸고 양 많은 것을 제일로 치는 미국 대중의 가치관이 음식물에도 스며있다는 것이다.
주변을 살펴보면 미국인들의 군것질은 중독성에 가깝다. 죄의식에 시달리면서도 주전부리 버릇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어릴 때부터 길들여져온 입맛 탓이다. 좋은 날 먹어본 음식이라곤 피자니 햄버거니 콜라따위였으니 그럴만도 할 것같다.<뉴욕=홍희곤 특파원>뉴욕=홍희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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