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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외교의 장래/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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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외교의 장래/정일화 편집위원(남과 북)

입력
1995.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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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학파의 거봉으로 20세기 후반 국제정치학계를 주름잡아 오던 한스 모겐소 박사는 국제정치 현실에 핵무기가 등장하게 된 것을 상당히 긍정적으로 봤었다. 국제정치는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국가끼리의 냉엄한 경쟁관계이고 그 경쟁이 냉엄하기 때문에 힘없는 자 편에서 보면 왕왕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가 발생한다. 힘없는 국가의 이익이 무시되고 국제관계의 주체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국가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불가피하게 발생하게 된다는 것등이다.그런데 핵무기가 등장하고부터는 이런 전쟁불가피론이 후퇴하기 시작했다. 핵무기의 사용가능성이 등장하고부터는 전쟁은 하지 않아야 하는 논리가 지배하게 됐다. 핵전쟁이 나면 어느 나라든지 이익이 없게 된다. 전쟁이 별로 발생하지 않고 따라서 전쟁위협도 적어지면 약소국의 목소리도 국제무대에서 괜찮게 들리게 될것이라는 것이 모겐소의 주장이었다. 그는 원자력의 평화적 역할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북한핵외교를 보면 이런 주장이 꼭 들어맞아 떨어지는 것같다. 소국 북한이 핵연막전술 하나로 미국과 국제사회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40억달러규모의 핵원자로 건설을 얻어낸데 이어 10억달러의 추가지원까지 얻어내고 또 원자로가 가동될때까지 50만톤의 기름을 지원받는가 하면 북·미간 외교관계증진까지 약속받는다는 어마어마한 과실을 얻어내는 것을 보면 핵시대는 과연 전통적인 국제세력균형개념을 완전히 뒤집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의 힘의 비교에서 볼때 정치 경제 군사 사회등의 거의 모든 면에서 세력 크기가 형편없이 뒤처져 있다. 세력균형개념에서라면 북한은 벌써 남한에 굴복하고 말았어야 했다. 리스카시 주한미8군사령관은 소련제국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는 과정에서 한반도사태를 미 의회에 증언하면서 『북한은 내부적으로 폭발하거나(IMPLODE) 외부적으로 폭발(EXPLODE)할것이다』라고 분석한바 있는데 이는 결국 남북한간에 벌어진 힘의 격차때문에 북한은 과정이야 어떻든 망할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던 것이다.

북한핵외교는 결국 이런 북의 난관을 넘기게 했다. 뿐만 아니라 핵외교의 결과 거대한 물질적내지 정치적 이익까지 얻어내게 됐다. 문제는 이 핵외교가 전쟁을 막는데서부터 시작해 어떻게 평화를 만들어내는 길까지를 보장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번 핵외교로 있을수 있는 한반도 전쟁을 피하는데 성공했다는 점에서는 미국, 북한, 남한 모두가 성공했다.

그러나 한국만이 이 사태를 위해 40억달러이상을 희생했다. 때문에 한국은 미국과 북한으로부터 이 40억달러가 남북한대결을 위해 북한세력을 기르는데 사용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받을 권리가 있다. 미국은 이를위해 노력해야 한다. 미국 일본등은 한국이 지불하는 40억달러로부터 어떤 이익을 얻을 생각을 해서는 절대 안된다.

어떤 명분이든 북한의 경수로 건설공사에 미국회사가 주제넘게 개입하려 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미국원자력 회사인 ABB CE는 한국전력과 주고 받은 각서에서 북핵설계와 기자재분야에서 29%와 39%까지의 일양을 받게 해 놓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자력연구소의 관계자에 의하면 95년 3월에 계약체결한 울진5, 6호기의 경우 이미 한국기술진이 원자로설계의 1백%를 맡고 있어 북한원자로도 한국이 1백% 설계를 할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설계자를 주계약자의 일원으로 동참시켜 당당한 한국주도의 북한원자로 건설을 이룩해야 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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